“비상금 다 엔화에 투자하는 아빠, 괜찮나요?” [수민이가 걱정해요]

2024-07-02

50대 직장인 박모씨는 올 들어 꾸준하게 엔화를 사 모으고 있다. 최근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투자 가치가 높다고 판단해서다. 박씨는 “비상금으로 모아둔 3000만원을 엔화 통장에 몽땅 집어 넣었다”며 “최근에도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져 매월 월급의 일정 금액을 엔화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2년 뒤에는 큰 수익이 발생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일본 엔화 가치가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향후 엔화 가치 반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엔저 현상에 국내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도 상반기에만 약 1조 4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역대급을 기록하고 있다.

2일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엔화 예금 잔액을 보면 지난 27일 기준 1조 2928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조 1330억엔)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 1598억엔(14.1%), 원화로 약 1조 3813억원(27일 원·엔 재정환율 마감가 100엔=864.37원 적용) 불었다. 지난해 6월 말(9373억엔)과 비교하면 37.9% 늘어났다.

이는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 증가 때문이다. 지금 엔화와 엔화 표시 자산을 사두면, 향후 엔화 값이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하면서 환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환전 수수료를 무료로 한 외환 서비스가 잇따라 출시된 점도 이런 환차익 투자를 부추겼다.

최근 엔화 값은 심리적 저항선인 ‘1달러=160엔’을 뚫고 더 떨어졌다. 미국이 강한 경기 및 물가 지표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로존·캐나다·스위스 등 비미국 국가들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선 영향이다.

엔화 환전 규모 역시 지난해보다는 줄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 27일까지 5대 은행의 엔화 매도 건수는 170만4486건, 매도액은 약 1716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195만2455건·1853억엔)와 하반기(219만3070건·2271억엔)보다는 건수와 매도액 모두 감소했다.

은행이 고객에게 원화를 받고 엔화를 내준 환전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었다는 뜻이다.

최근 엔화 가치가 37년 만에 최저수준까지 밀리는 등 ‘슈퍼 엔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일본도 통화 완화 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값 하락 폭이 다소 과도하다고 지적한다. 김찬희 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고용수급 개선 등에 따른 물가 안정 기조가 이어진다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하반기 1~2차례 금리 인하 기대는 유지될 것”이라며 “3분기 BOJ의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이 가시화돼 엔화 강세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통화 가치는 거시경제 변수로 결정되기 때문에 ‘저가 매수 전략’을 취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본 내에서 외은지점의 엔화 대출이 늘고(엔 캐리 트레이드 수요), 미국 상품거래소에서 엔화 순매도 포지션이 증가하는 등 엔저에 대한 기대 심리와 수급 요인이 엔화를 더 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은영 신한PWM압구정센터 PB팀장도 “엔화 매수에 대한 문의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지만, 엔화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인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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