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점자교원 자격제’ 관리 인력 확충 절실하다

2025-03-31

지난 2월28일 점자교원 자격 제도가 시행됐다. 2년 전 점자교원 자격 제도를 처음 제안했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국회의 ‘점자법’ 개정과 이에 따른 정부의 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을 전국의 100만 시각장애인과 그 가족을 대표하여 환영한다.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 속담은 시각장애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눈으로 보지 못하면 글을 통해 세상에 대한 정보를 접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그릇된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눈 대신 손가락 끝으로 읽을 수 있는 점자는 시각장애인에게 글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전달해 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지금, 기술이 아무리 빠르게 변하더라도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각종 지식과 정보를 열어주는 ‘창’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점자를 지도해 줄 전문가 자격 제도가 없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90%에 해당하는 후천성 시각장애 성인 중 다수가 제때 점자를 배우지 못하고 ‘문맹’으로 살아야 할 형편에 놓여 있었다. 이제 점자교원 자격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우리 사회의 시각장애인들이 ‘중도 실명’이라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점자를 익혀 각자의 삶을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점자교원 자격 제도 시행의 법령상 근거가 마련되었지만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까지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점자교원 양성을 위한 표준 교육 과정과 교재가 개발되어야 한다. 점자교원 양성 기관도 국가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 맡겨 위탁 운영을 해야 한다. 점자교육 경력 인정 기관을 지정·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별로 ‘점자교육원’을 설치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점자 능력 검정시험도 설계하고 시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점자교원 직무 연수 등 보수교육 과정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점자교원 자격 제도를 차질 없이 시행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후속 조치는 이 제도를 관리할 국립국어원의 담당 인력 충원이다. 점자교원 자격 제도는 국가가 주도하고 민간이 협력해야 한다. 점자교원 자격 제도를 시행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과제는 국립국어원의 업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를 차질 없이 수행하도록 점자 관련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확충되어야 한다. ‘점자법’과 같은 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점자교원 자격 제도 시행의 첫발을 내디딘 것은 두 손을 들어 환영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이 없다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위험이 크다.

점자교원 자격 제도는 시각장애인의 문맹률을 줄이고, 그들이 자립할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립국어원의 인력 충원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점자교원 자격 제도가 형식적인 법 조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기관의 책임 있는 후속 조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오는 2026년 한글 점자 반포 100주년을 맞이하기 전 우리는 점자교원 자격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영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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