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헹궈서까지 먹는다…이 나라에 한강라면 뒀더니 일어난 일

2025-01-28

요즘 카자흐스탄에서 K편의점은 핫플레이스다. CU가 지난해 3월 이 나라에 1호점을 열며 편의점이라는 유통 채널이 처음 생겼는데,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24호점까지 오픈했다. 특히 CU와 함께 상륙한 즉석 라면이 인기다. 편의점데 배치된 즉석 조리기로 끓여 먹는 한국식 라면의 매콤한 맛이 현지 트렌드가 된 것.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CU 편의점을 방문한 한 여성은 불닭볶음면 치즈 맛을 조리해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려 “너무 매워 혀가 탈 뻔했다”면서도 “독특한데 맛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K라면 열풍 속에서 K편의점이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내 24곳의 CU 점포에는 즉석 라면 조리기가 50대 이상 있다. CU 관계자는 “한국의 ‘한강 라면’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라면 조리기를 도입했다”라며 “기존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컵라면 형태로 라면을 즐기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즉석 조리기 도입 이후부턴 끓여 먹는 라면 문화가 빠르게 퍼지는 중”이라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CU 편의점에서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이 라면에 넣어 먹는 멜트 치즈 슬라이스(2위)와 라면 그릇인 일회용 호일 용기 2종(각 5, 7위) 등 즉석 라면 관련 상품일 정도다.

CU는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몽골과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점포 623개를 두고 있다. 지난해 이 3개국 편의점의 라면 매출 순위를 봤더니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라면 1~10위에는 불닭볶음면 시리즈 4개가 포함됐다. 다만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같은 극한의 매운맛보다 불닭볶음면 크림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 까르보나라 같은 비교적 순한 라면이 상위에 올랐다. 유목 문화 영향으로 고기 중심의 담백한 맛을 즐겨 먹는 이들의 입맛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CU 관계자는 ”치즈나 크림을 넣어 매운맛을 중화시킨 제품들이 인기 품목으로 나타났다”라며 “진라면도 매운 맛보다 순한 맛 판매가 더 많다”고 전했다. 현지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매운맛을 덜어내기 위해 불닭볶음면에 물을 넉넉히 부어 국물 라면 형태로 먹거나, 볶음면을 물로 한번 헹군 뒤 먹는 현지인들이 많다고 한다. CU는 이런 입맛을 고려해 매장 내 매운맛과 순한맛 라면 진열 비율을 7대 3으로 맞추고 있다. 이 비율이 9대 1인 한국 편의점과 다른 현지 맞춤형 전략이다.

반대로 말레이시아 CU에서는 많이 팔린 라면 10개 중 1~9위가 모두 불닭볶음면 시리즈였다. CU 관계자는 “더운 날씨로 매운맛 등 자극적인 맛 선호도가 높다”라고 했다. 10위권 밖에도 핵불닭볶음면, 불닭볶음면 크림 까르보나라, 매콤 짜장라면 등 매운 라면 순대로 인기가 높았다. 전체 편의점 인기 품목에 스파이시 떡볶이, K-핫닭강정 등 매운맛 즉석 조리 제품들이 최상위권에 있고, 간편식에서도 비프 고추장 컵밥과 로제 불닭 치킨 삼각김밥, 양념치킨 컵밥, 불닭 김밥 등 한국의 빨간맛이 강조된 제품들이 인기라고 한다.

‘육식의 나라’ 몽골에선 이런 특성이 라면 매출 순위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유학이나 취업 등으로 한국 거주 경험이 있는 몽골인들이 늘면서 K라면 대표 격인 신라면, 김치라면 등이 1, 2위에 올랐지만 사골 국물 라면이나 양고기 볶음면, 쇠고기 라면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고기 라면도 톱 10위 안에 든다.

지난해 K라면은 전 세계 130여 개국에 1조 8000억원 규모로 팔려, 연 수출 2조 시대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간편식 수요가 확대된 데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등 K콘텐트 열풍에 힘입어 라면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국가들에서도 매운맛 제품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적 매운맛뿐만 아니라 현지의 고유한 맛을 접목한 맞춤형 신제품군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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