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AMI(지능형 전력계량기) 보급 완료했다는데 왜 우리집은 안 될까?

2025-01-20

아파트 거주 세대 99%, 한전 고객 아냐

아파트, 요금 절약하기 위해 단일·종합계약

민간 AMI 사업 시도했지만 데이터 표준 부재

비용·사업자 인센티브·개인정보 등 첩첩산중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AMI 계량기(지능형 전력계량기) 보급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국내 전기 사용 세대 중 약 30%는 여전히 한전의 '파워플래너' 앱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유는 아파트 특유의 계약방식 때문이다.

■ AMI 계량기, 파워플래너 앱 실시간 모니터링 가능 필수조건인데

'파워플래너'는 사용자는 실시간으로 자신의 전력사용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다만 앱 사용을 위해서는 AMI 전력계량기가 필수다.

AMI 전력계량기는 기존 계량기에 양방향 통신기능이 더해진 것이다.

한전은 2010년도부터 AMI 전력계량기 보급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11월 사업을 완료했다고 밝히고 기념식도 가졌다. 일부 도서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90%의 계량기가 AMI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AMI 전력계량기가 보급이 완료됐다면 각 가정에서는 파워플래너 앱을 통해 실시간 전력량 모니터링이 가능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기 사용 세대 중 30%는 여전히 파워플래너 앱을 사용할 수 없다.

■ 아파트 거주 세대, 한전 고개 X..."한전이 계량기 못 건드려"

파워플래너 앱을 사용하지 못하는 전기 사용 세대는 대부분 아파트 거주 세대다.

내막을 잘 아는 A씨는 "아파트 거주 세대의 99%가 파워플래너 앱을 쓸 수 없다. AMI 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해도 파워플래너 앱을 쓸 수 없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내막에는 '아파트'만의 독특한 계약방식이 있다.

아파트의 경우 세대별 계약, 단일계약, 종합계약이라는 세 개의 전기 계약 선택지가 있는데, 대다수의 아파트 단지는 단일계약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요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세대별 계량기는 사실상 한전의 것이 아니게 된다.

관리사무소가 대표로 한전과 전기 계약을 맺고, 고압으로 받은 전기를 자체 변압시설을 통해 저압으로 바꿔 각 가정에 보내고, 검침도 관리사무소가 직접 한다.

단일계약과 종합계약 방식에서는 아파트 각 세대가 사실상 한전의 '고객'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아파트 거주 세대라면 계약방식이 단일계악이든 종합계약이든 각 세대는 한전과 직접적 계약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예외는 아파트라도 세대별 계약방식을 채택한 경우인데, 극소수다"고 말했다.

각 거주 세대가 한전의 직접 고객이 아니라는 지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A씨는 "아파트 거주 세대들이 '한전의 고객'이 아닌데 무슨 권한으로 한전이 각 세대의 계량기를 건드리고 AMI 통신 모듈을 설치하겠나"고 설명했다.

한전이 지난 11월 밝힌 '2005만 호 AMI 계량기 보급 완료'는 이러한 아파트 고객을 제외한 수다.

2005만 호의 한전 '직접 고객'을 제외한 약 1100만 호(전기 사용 세대 중 약 30%)의 아파트 거주 세대는 애초에 한전의 사업 대상이 아니었다.

■ 아파트 AMI, 민간 사업의 정체는?

정부와 한전이 아파트 세대들을 버린 것은 아니다. 여러 사업과 과제를 시도했고, 일부는 진행 중이다.

지난 2020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가정용 스마트 전력 플랫폼 보급사업'을 통해 아파트에 AMI 계량기 보급을 시도했다.

LS일렉트릭과 같은 대기업 계열사도 진출했다.

당시 일부 아파트 단지는 이같은 사업을 통해 각 세대마다 AMI 계량기를 새로 달았다.

주의해야할 것은 이러한 AMI 계량기는 여전히 '민간' AMI 계량기라는 점이다.

A씨는 "단일·종합계약 하의 아파트 세대 계량기는 AMI로 바뀌기 전이든 후든 여전히 한전의 것이 아니다. 애초에 한전이 아닌 산업부가 별도의 사업을 진행한 이유도 단일·종합계약 세대의 계량기는 한전 권한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민간 AMI 계량기를 설치한 경우 원격 검침은 가능하지만 한전의 파워플래너 앱은 쓸 수 없다. 물론 사업자별로 제각기 다른 모니터링 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는 신축 아파트에 설치되는 AMI 계량기도 마찬가지다. 실시간 전력량 모니터링이 가능하다해도 파워플래너 앱과 연동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산업부에서는 한전과 함께 새로운 과제를 진행 중이다.

민간 사업자들의 AMI 계량기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것이 목표다.

A씨는 "민간 AMI를 통해 구축된 데이터를 표준화한다면 민간 데이터도 한전 AMI와 호환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다만 데이터 표준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당장 1100만 호의 아파트 세대가 바로 한전의 파워플래너 앱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A씨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고 말했다.

■ 하면 좋은데..."낮은 전기요금과 민간 사업자 인센티브 부재가 걸림돌"

우리나라의 전기판매사업자는 한전 하나뿐이지만 AMI 체계가 한전과 민간으로 분산된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먼저 낮은 전기요금이 이유로 꼽힌다. 전기요금이 저렴하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굳이 전력량을 모니터링할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모든 AMI 계량기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비용이 문제다.

아파트의 경우 개별 세대, 관리사무소, 한전, AMI 구축 사업자까지 총 네 개 주체가 얽혀 있다.

A씨는 "현재 민간 AMI가 설치된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평범한 PC로 개별 세대의 전기 사용량을 수집하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세대별 전기 사용 정보가 아파트 단지 안에만 머무르고 있는데, 민간 AMI 세대도 파워플래너를 사용하려면 이러한 데이터가 단지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PC를 서버급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누가 이 비용을 부담할 건지에 대한 합의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사업자가 협조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A씨는 "민간 AMI의 경우 AMI 구축 업체가 최초 설치한 다음에는 관리사무소가 알아서 운영한다. 그러다 계량기나 PC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최초 구축 업체에 유지보수를 요청한다. 업체 입장에서는 오래 지속되는 유지보수 계약이 아니니 비용 문제도 있고, 결국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연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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