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동시다발 산불 기후변화 탓...진압 장비분산 피해 더 키워

2025-03-24

지난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한 산불이 경북 의성, 울산시 울주, 경남 김해, 충북 옥천 등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토의 63%가 산악 지형인데다가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영향이 크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산불 발생 위험이 더 커졌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화재 진압 장비가 분산돼 산불 피해가 더 커지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도 집중되던 산불 전국으로 확대…올해 산불 전년 대비 2배↑

권춘근 국림산림과학원 박사는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대형 산불은 강원도 동해안에 집중됐다면 올해는 전국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온도가 지속해서 올라가지만, 습도는 낮아져 불이 나기 좋은 조건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산불 발생 위험성은 기온이 1.5도 상승하면 8.6%, 2도 상승하면 13.5%가 증가한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3월 24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2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0건)과 비교하면 2배로 늘었다.

특히 올해는 겨울이 유독 짧고 눈도 많이 내리지 않아 산불 발생이 잦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채희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장은 “겨울철에 내린 눈이 기온 상승으로 쉽게 녹고, 대기 불안정으로 바람까지 많이 불어 낙엽이 바짝 말랐다”며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악지형으로 급경사가 많고 풍속이 빨라 산불이 금방 번진다”고 말했다.

산불 초기 진압 실패로 피해 면적 늘어…장비 늘리고 예방 교육 확대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면 화재 진압 장비가 분산돼 초기 진압에 실패하기 쉽다. 이는 산불 피해 면적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산림청에 따르면 2020년대 산불 피해 면적은 2010년대보다 7.3배 증가했고, 대형 산불도 3.7배 늘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작은 산불이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으려면 초기에 발화지점에서 100m 이내에 불을 꺼야 한다”며 “화재 신고 30분 이내 헬기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화재 진압 장비가 곳곳으로 분산돼 화를 키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정부가 발표한 가용 진화용 헬기는 총 111대지만 지난 21일 경남 산청 산불 발생 초기 투입한 진화용 헬기는 20대뿐이었다. 헬기 물탱크 용량 또한 300~2000L로 작은 편이어서 신속한 산불 진화에 한계가 있다. 진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자체가 채용한 산불예방 전문진화대는 9064명이지만 평균 연령대가 60대로 고령이다. 산림청이 직접 채용한 전문 진화 인력은 공중진화대 104명과 특수진화대 435명에 불과하다. 권 박사는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인해서 진화 장비와 인력이 부족하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며 “최악의 산불 상황을 가정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적인 문제로 장비 확충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역 단위의 산불 예방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채 교수는 “산불의 99.9%는 사람들이 실수로 내는 것”이라며 “지자체가 지역 주민끼리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게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여기서 산불 예방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우일 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교수는 “산림청에서 3시간마다 발표하는 산불 위험예보를 지자체가 지역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예방 활동을 벌여야 한다”며 “마을 단위로 산불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화재 발생 시 특수진화차가 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임도(林道)를 정비하는 등 마을 환경 개선 사업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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