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지 1년도 안 돼 또다시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도심 싱크홀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사고로, 정부의 안전 관리 대책을 예방가능한 방향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인근에서 지하철 연장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굴착과정에서 지반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거나, 지하수를 통해 토사가 유출될 경우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 교수는 “싱크홀이 발생하면 노후한 상·하수도가 문제라고 귀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이번 사건은 2014년 석촌호수 싱크홀 사건과 상당히 닮아있다”고 짚었다. 그는 “인근에서 지하철 공사가 진행됐다는 점, 토양이 단단한 암반이 아닌가는 모래가 쌓인 충적층으로 이뤄졌다는 점 등이 유사하다”며 “당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으로 공사 현장에서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심의 싱크홀 문제를 ‘도시가 오래돼 발생한 것’이라고 원인 분석을 하는 건 인재(人災)를 천재(天災)로 바꾸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석촌호수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2016년 지하안전법을 만들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5년마다 지하안전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반 침하 사고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매년 싱크홀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2014년 잠실 석촌호수 지하차도 싱크홀 사고 이후에도 2020년 해운대 인근 도로, 2021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2024년엔 서울 연희동과 인천 부평구 등에서 싱크홀이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2023년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총 957건으로, 이틀에 한 번꼴이다. 꺼진 면적 총합은 약 2.9㎢로 여의도 면적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고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예방시스템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 교수는 “1차적으로는 정부가 인근 지하 공사 인·허가를 할 때 공사 책임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공사하는 사람들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느라 안전보강공사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감독해야 하는 등 이중·삼중의 예방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사고가 있기 전엔 전조현상이 무조건 있기 마련이다. 현장에서 누구라도 문제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 한국지하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땅속의 지반 조건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고, 지하수 유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공동(땅속 빈 구멍)을 찾는 GPR(지표투과레이더) 탐사 주기도 5년보다 더 짧게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