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앞두고 전세계가 경제 불확실성에 빠진 가운데 환율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환테크(환율+재테크)’가 인기다. 환율이 내려갔을 때 외화를 샀다가 환율이 오르면 되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그중에서도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에 투자하는 금융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정세에 따른 달러 강세=달러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뒤로 꾸준히 강세가 점쳐졌다. 미국 대선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는 강세를 유지하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한때 1446원을 넘겼다. 또 이어진 탄핵 정국 여파로 9일 기준 장중 1430원대에이르기도 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5일 기준 605억7307만달러로 집계됐다. 10월말 605억8434만달러, 지난달말에는 589억6855만달러였다. 지난달말 예금 잔액이 줄었던 것은 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차익 실현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외환시장은 매일 큰 폭으로 요동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환테크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달러 이용한 예금·보험 등 인기=이러한 상황 속에서 환테크족이 환차익을 보는 금융상품은 은행 외화예금부터 상장지수펀드(ETF), 달러보험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외화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은행에 예치해두는 것이다. 은행별 달러예금 상품마다 특징이 다른데 입출금이 자유로운 대부분의 외화예금 상품은 금리가 연 0.1% 정도로 낮아 이자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금리가 높은 달러예금 상품은 만기가 수개월 단위로 설정돼 있어 환율이 급격히 올랐을 때 환차익을 바로 실현할 수 없다. 하지만 안전자산인 달러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보다 긴 호흡으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달러보험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를 달러로 내고 만기 시점에 받는 보험금도 달러로 수령하는 상품이다. 다만 달러보험을 단순히 달러를 이용한 환테크 상품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 보험상품은 결국 위험 보장이 주목적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필요한 보장인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 대표적인 달러 표시 자산인 미국 채권과 주식 등 투자도 늘었다. 특히 투자 난도가 높은 개별 주식보다 S&P500이나 나스닥100 등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변동성 큰 상황에서는 반드시 주의해야”=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환테크 열풍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원화 자산 외에 다른 추가 통화를 보유해 위험 분산 수단으로는 적합하지만, 환율 변동성을 이용하는 만큼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김정은 NH ALL100자문센터 WM전문위원은 “환율은 정치·경제·금리·국제정세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단순히 차익만 생각하고 투자해서는 안된다”며 “환차익 비과세라는 매력이 있지만 변동성과 거래비용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 때도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한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는 평소 대비 약 10배 많은 환전 수요가 쏠렸고, 인터넷은행(인뱅)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이용자 폭증으로 일부 외환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인뱅은 자체적으로 환전하는 시스템이 아닌, 타 시중은행과 제휴를 맺고 외화를 조달하는 구조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테크는 사실 단기적 투자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아영 기자 aa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