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세 또 한 달 유예···더 복잡해진 정의선의 셈법

2025-03-07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에 한해 멕시코·캐나다를 대상으로 한 25% 관세 부과를 1개월간 유예하면서다. 내달 2일 부과가 예고된 자동차 수입품에 대한 일괄 관세도 국가 또는 업체 협상력에 따라 유예될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여 현대차그룹의 대응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車 관세 유예···완화로 이어지나

5일(현지시간) 미국 행정부는 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지 하루 만에 자동차에 한해 1개월간 면제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완성차 '빅3'(GM·포드·스텔란티스) 업체와 대화했고, 이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통해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해 한 달간 관세를 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완성차 업계는 이번 유예 조치가 북미 자동차 공급망을 뒤흔들 수 있다는 미국 빅3 업체들의 우려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USMCA에 따라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관세 없이 국경을 오가며 자동차 부품부터 조립까지 해왔는데, 관세 부과로 무관세 공급망이 무너져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크게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북미 자동차 대표적 생산기지다. 멕시코는 대미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다. 미국과의 관세가 없는데다, 인건비도 저렴해서다.

실제 지난해 멕시코는 미국에 자동차 296만대를 수출했다. 그 뒤를 한국(154만대), 일본(138만대), 캐나다(107만대) 등이 이었다. 미국 빅3 GM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중 멕시코산 비중도 각각 26%, 18%, 24%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미국 판매 차량 중 4분의 1가량이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것이다.

여기에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에 따르면 관세로 인한 공급 차질로 미국 자동차 업계는 연 400억 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총액인 340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앤더슨 이코노믹도 멕시코·캐나다 관세 부과 시 미국 내 전기차(EV)와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픽업트럭 가격은 각각 1만2000달러, 9000달러, 8000달러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우려로 트럼프 행정부가 1개월간의 관세 유예를 결정했다는 것이 업계 해석이다. 아울러 미국 산업계의 우려를 받아들인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내달 2일 예고된 자동차 일관 관세에 대한 타협 가능성을 엿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대규모 투자 카드 만지작

현대차그룹도 이번 관세 유예 조치로 우선 한숨 돌렸단 분위기다. 현재 멕시코에서는 기아가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 2016년 설립된 기아 멕시코 공장의 연 최대 생산량은 40만대다. 지난해에는 27만대를 생산했고, 이중 60%(16만2000대) 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됐다. 정성국 기아 전무는 지난 1월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현재 멕시코에서 K4 한 차종 약 12만대가 멕시코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팔려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이번 조치를 참고삼아 내달 2일 예고된 자동차 관세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단 입장이다.

자동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실제 현대차그룹이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5일 발간된 '미국 자동차산업 정책 방향과 그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현대차와 기아 합산 기준 연간 이자·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EBIT) 창출 규모가 8조원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미국 현지 투자 유도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 또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와 캐나다 철강 관세로 미국 철강 업계 내부에서 비판이 일자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이 검토 중인 미국 현지 제철소 설립을 거론하며 투자 유도를 이끌려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여기에 최근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1000억 달러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겨냥 정책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점도 현대차그룹의 투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완성차 업계는 이달 말 예정된 현대차그룹 생산공장인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현지 투자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현대제철은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 공장 인근에 있는 텍사스나 루이지애나, 조지아주 등에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지 주 정부와 인센티브 관련해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이번을 계기로 미국 생산이 늘게 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의 경쟁력도 커질 수 있는 만큼 고심 또한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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