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문화·원료가 교차하는 '후각적 인트레치아토' [더 하이엔드]

2025-12-18

이탈리아 럭셔리 하우스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가 브랜드의 기원과 장인 정신을 후각으로 풀어낸 새로운 향수 컬렉션을 선보인다. 하우스의 탄생지인 베네치아, 그리고 보테가 베네타를 상징하는 수공예 기법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에서 영감 받은 이번 향수 컬렉션은 서로 다른 문화와 원료가 교차하며 완성돼 온 베네치아의 역사처럼, 향을 직조하듯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 여행과 이동, 만남과 교차라는 하우스의 근원적 가치가 향이라는 감각적 매개체를 통해 새롭게 해석됐다.

이번 컬렉션은 섬세한 균형미가 돋보이는 '오 드 퍼퓸(Eau de Parfum)' 5종과 보다 깊고 강렬한 존재감을 담은 '메짜노테 퍼퓸(Mezzanotte Parfum)' 3종으로 구성된다. 세계 각지에서 엄선한 천연 유래 에센스를 사용해, 피부 위에서 서서히 펼쳐지며 착용자와 함께 호흡하는 보테가 베네타만의 ‘후각적 인트레치아토’를 구현했다. 하우스가 가죽과 소재를 다루듯, 향 역시 촉각적 경험의 연장선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세계 원료 엮은 오 드 퍼퓸의 5가지 서사

오 드 퍼퓸 라인은 베네치아가 오랜 세월 문화와 원료가 교차해 온 교역의 중심지였다는 역사에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원료들이 직조되듯 어우러지며, 피부 위에서 하나의 감각적 서사를 완성한다.

향수 ‘콜포 디 솔레(Colpo di Sole)’는 프랑스산 안젤리카 오일의 차분한 허브 노트 위에 모로코산 오렌지 블라썸 앱솔루트의 따뜻한 플로럴 향이 겹쳐지며 지중해의 햇살을 연상시킨다. 밝지만 과하지 않은 온기가 피부 위에 은은하게 퍼지며, 여백 있는 잔향을 남긴다. ‘컴 위드 미(Come with Me)’는 이탈리아산 베르가못의 싱그러움에 아이리스 뿌리에서 추출한 프랑스산 오리스 버터의 부드럽고 파우더리한 노트가 더해져 우아한 균형을 이룬다. 파우더리한 바이올렛 뉘앙스가 피부에 밀착되듯 남으며, 차분하고 세련된 인상을 완성한다.

스페인산 록로즈 나무에서 채취한 수지 원료인 랍다넘과 마케도니아산 주니퍼 오일을 결합한 ‘아쿠아 살레(Acqua Sale)’는 짭조름하면서도 포근한 바닷물의 감각을, 마다가스카르산 제라늄과 과테말라산 카다멈이 어우러진 ‘데자 미뉘(Déjà Minuit)’는 밤공기처럼 서서히 짙어지는 관능적인 무드를 그려낸다. 브라질산 핑크 페퍼와 소말리아산 미르가 만난 ‘알케미(Alchemie)’는 생동감 있는 시작과 깊은 잔향의 대비로, 서로 다른 원료가 만나 새로운 균형을 이루는 순간을 표현한다.

자정의 깊이를 담은 메짜노테 퍼퓸

이탈리아어로 ‘자정’을 뜻하는 메짜노테 퍼퓸은 이번 컬렉션에서 보테가 베네타가 새롭게 제시하는 고농축 퍼퓸 라인이다. 오 드 퍼퓸보다 한층 더 높은 향료 농도를 지닌 퍼퓸 타입으로, 깊고 밀도 높은 잔향과 강렬한 존재감을 강조한다. ‘메짜노테’라는 명칭에는 하루의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자정의 시간처럼, 정제된 어둠과 농밀한 감각을 담아내겠다는 하우스의 의도가 담겼다.

명상적인 울림의 향수 ‘히노키(Hinoki)’는 시베리아산 전나무 수지 원료인 퍼 발삼과 일본산 히노키 우드, 패출리가 어우러져 고요한 숲속을 거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맑고 차분한 향의 흐름이 번잡한 감각을 가라앉히며,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평온한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정제된 태국산 아우드에 로즈와 미국산 와일드 스트로베리가 어우러진 ‘굿모닝 미드나이트(Good morning Midnight)’와, 프랑스산 체스트넛 우드와 이탈리아산 트러플, 바닐라가 조화를 이룬 ‘올모스트 던(Almost Dawn)’은 자정 이후의 시간을 각기 다른 결로 풀어낸다. 하나는 축제와 환희의 에너지를, 다른 하나는 밤이 끝나고 새벽이 시작되는 순간의 온기를 담아내며, 어둠에서 빛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후각적으로 그려낸다.

향을 넘어 하나의 오브제로

보틀 디자인 또한 이번 컬렉션의 중요한 축이다. 물결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반투명 글래스 보틀은 베네치아 석호의 풍경과 함께, 보테가 베네타를 대표하는 유연한 가죽 실루엣을 연상시킨다. 무라노 지역의 전통적인 유리 공예 기법인 글래스 블로잉에서 착안해, 수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기포를 의도적으로 살린 점도 특징이다.

각 보틀은 천연 대리석 베이스 위에 놓여 향수를 넘어 하나의 조형 오브제로서 공간에 존재감을 더한다. 향을 후각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촉각과 시각까지 아우르는 예술적 오브제로 확장한 시도다. 여기에 플라스틱을 배제한 패키지와 100% 재활용 유리 용기, 리필 가능한 구조를 적용해 보테가 베네타가 지향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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