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교향악단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음악가들(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사랑해주고 키워주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KBS교향악단 제10대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지휘자 정명훈(72)은 지난 26일 서울시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명훈은 KBS교향악단 창단 70주년인 내년 1월부터 3년간 음악감독으로서 오케스트라의 예술 운영을 총괄하고 중장기 예술 전략을 수립하는 등 악단의 예술적 비전을 이끌 예정이다. 정명훈은 앞서 1998년 제5대 상임지휘자를 맡았으나 내부 불화로 4개월 만에 사임했다.
정명훈이 국내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것은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음악감독(2005~2015)에서 물러난 후 10년 만이다. 당시 그는 강도 높은 오디션으로 단원들을 교체하고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같은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밀어붙여 서울시향의 연주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정명훈은 KBS교향악단에서는 “예전 같은 프로젝트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전 서울시향을 맡았을 때는 몇 년 안에 세계적인 수준에 올려놓겠다는 목표가 확실했고, 올림픽에 나가는 것처럼 했어요. 하지만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나갔습니다.”
대신 정명훈은 충실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음악가들이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없어서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서로 사랑하고 음악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마음을 갖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정명훈은 2027년부터는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 임기를 시작한다. 라 스칼라와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직을 수락한 것과 관련해 그는 “(나이가 들수록) 프로페셔널한 것(직업적 이유)보다 퍼스널한 것(개인적 이유)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어떤 오케스트라는 갈수록 더 친해지고 어떤 곳은 아무리 유명하고 잘해도 안 맞아요. 서로 잘 이해하고 할수록 더 좋아지지 않으면 점점 더 안 하게 됐어요.”
특히 KBS교향악단을 다시 맡게 된 데는 모국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게 작용했다. “저는 아홉살에 미국에 가서 지금도 한국말보다 영어가 훨씬 편해요. 이상한 게, 외국 생활을 오래 했는데도 항상 나라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그것을 잊어버리지 못해요.”
정명훈은 내년 3월13일 말러 교향곡 5번, 10월2일에는 말러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내년 4월18일에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콘서트 버전으로 연주한다. 메조 소프라노 알리사 콜로소바, 테너 갈레아노 살라스, 소프라노 김순영, 베이스 바리톤 김병길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협연한다.
정명훈은 현재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총괄하는 클래식부산 예술감독도 맡고 있다. 세 곳의 음악감독직을 모두 잘 해내는 것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그는 “미국 등 다른 곳을 돌아다니는 건 다 줄였다. 시간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승환 KBS교향악단 사장은 “지휘자님의 명성과 경험이 저희 오케스트라에도 스며들 것”이라며 “KBS교향악단이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강화하는 데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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