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전조?…‘코로나 저축’도 다 썼던 美, 다시 돈 모으기 시작했다

2025-03-31

낮은 저축률과 왕성한 소비로 유명한 미국 가계가 달라졌다. 씀씀이를 줄이고 돈을 모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 이후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소비 둔화 조짐에 경기 침체 우려도 커졌다.

지갑 닫은 美, 8개월 만에 저축률 최고

31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 가계의 지난달 저축률(가처분 소득 대비 저축액)은 4.6%로 2024년 6월(4.8%)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소비 성향이 강한 미국은 원래 저축률이 2~3%대로 낮게 유지할 때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지고 금융자산 가격이 내려가면서 저축률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전 미국 저축률이 치솟았던 시기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다. 경제 불안이 커지고 코로나19 지원금도 지급되면서, 버는 돈 대비 저축한 금액의 비율은 2020년 4월 32%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자 저축률도 꾸준히 내려가 지난해 말에는 3%대로 낮아졌다. 지난해 12월 3.3%까지 내려갔던 미국 가계 저축률은 올해 1월 4.3%로 다시 올랐다. 지난달에는 5%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랐다.

오락가락 트럼프에 소비 심리 13년 만 최저

트럼프 정부의 정책 리스크가 미국 가계의 지갑을 다시 닫게 한 가장 큰 요인이다. 상호관세 등으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해지자 일단 소비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실제 25일 미국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CB)가 발표한 이달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2월(100.1)과 비교해 7.2포인트 급락한 92.9(1985년=100 기준)를 기록했다. 2021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다. 소비자신뢰지수는 미국 내 5000여 가구의 경기 예측을 지수로 만든 것인데, 100 이하며 경기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소비자신뢰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다. CB가 집계한 소비자기대지수도 같은 기간 9.6포인트 하락한 65.2를 기록하면서, 2013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단기 경기 전망을 의미하는 소비자기대지수가 80을 밑돌면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된다. 스테파니 기샤르 CB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상당히 강하게 유지됐던 미래 소득에 대한 소비자들의 낙관론이 대부분 사라졌다”며 “이는 경제와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가 소비자들의 개인 상황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급락한 미국 주가에 “부의 효과 사라졌다”

관세정책 후폭풍으로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보다 급락했다는 점도 소비 하락을 부른 요인 중 하나다.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미국 가계는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를 줄이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김준영 DS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심리지수가 망가지면서 증시 조정이 동반되면 미국 소비가 둔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부의 효과(자산 가격이 오르면, 소비도 증가)가 사라지면서 저축률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소비 감소,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

미국 가계들이 돈을 쓰기보다 쌓아두기 시작하면서 향후 소비 관련 지표 둔화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데다, 경기 부양책으로 쓸 수 있는 통화정책(금리 인하)도 아직 높은 물가 상승률 때문에 제한된다는 점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면 일단 소비가 줄어드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 상식”이라며 “소비는 미국 전체 경제의 3분의 2 가까이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금의 트럼프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미국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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