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실적 반등 불구 하도급·노조 갈등
조선 3사 중 하도급 대금 현금 지급 비율 최처
30일 초과 하도급 대금 결제 비율, 가장 높아
협력업체 임금체불에 중대재해도 쟁점... 노조 반발
하청 노조 천막 농성 앞두고 회사 직원들과 마찰
회사 측 "협력사 지원·안전 투자 대폭 확대 약속"
노동계 "안전 대책 논의에 하청 노조 배재" 반발
[편집자 註] 조선업 호황 속에서 한화오션은 2024년 매출 10조7760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조선 3사 중 가장 낮은 하도급 대금 현금 지급 비율과 장기 결제 관행으로 협력사는 물론 하청노동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임금체불과 중대재해 논란까지 겹치며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협력사 지원과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으나, 노조 측은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노사 간 신뢰 회복과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오션 사측과 노조 간 갈등의 원인과 배경을 <시장경제>가 짚어봤다.
조선업 호황 속에 한화오션은 지난해 실적을 대폭 개선했다. 회사의 2024년 매출액은 10조7760억원. 2023년의 7조4083억원 대비 45.5%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2379억원을 기록해 1년만에 흑자 전환했다. 2023년 회사는 -1965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1600억원에서 5251억원으로 228.2% 늘었다.
화려한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그늘이 있다. 한화오션은 조선 3사 중 가장 낮은 현금 지급 비율과 장기 결제 비중 등으로, 협력사와 하청노동자들의 자금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대재해를 비롯한 안전 문제에 있어서도 이른바 '네탓 공방'이 벌어지면서 원청과 하청, 노사 사이 갈등의 골이 더욱 깊게 패였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한화오션은 개선책으로 안전 관련 대규모 투자와 협력사 지원을 약속했다. 노동계는 회사가 공언한 대책들이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전 벌어진 불법적인 도크 점거 여파가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사 간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 상반기 조선 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중에서 한화오션의 하도급 대금 지급 현황이 가장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도급 대금 지급 현황은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 지표로 작동하며, 하도급 업체의 현금 유동성과 재무 건전성에 기초가 되는 자료다.
한화오션의 하도급 대금 현금 지급 비율은 70.89%로 위 3사 중 가장 낮았다. 어음 대체 결제수단 비율(29.11%)과 30일 초과 장기 결제 비율(6.49%)도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HD현대중공업은 하도급 대금 전액(2조6227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장기 결제도 없었다. 삼성중공업은 현금 지급 비율은 76.69%였으나 어음 만기를 1일로 제한해 단기 결제를 유지했다.
한화오션은 "매월 협력사의 실적에 따라 기성금을 10일 이내 정상 지급하고 있다"며, "공정위 점검 결과에서도 10일 이내 지급 비율 88.3%를 평가받은 바 있다"고 해명했다.
한화오션이 내세운 '공정위 점검 기간'과 지난해 상반기 하도급 대금 지급 현황은 산정 시점이 다르다. 따라서 직접 비교는 어렵다. 다만, 작년 상반기 조선 3사 중에서는 한화오션이 30일을 초과한 지급 비율이 6.49%로 3사 중 유일하게 한 자릿수를 넘겼다. 어음 대체성 결제도 가장 많았고, 해당 결제 기간 역시 가장 길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 조선 하청지회(이하 조선 하청지회)는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최근까지 한화오션 사내 선각삼거리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조선 하청지회는 △임금체불 해결 △성과금 지급 이행 △2024년 단체교섭 요구안 수용 등을 주장했다. 다음은 노조 측 주장 요지이다.
"한화오션은 정규직에게 성과금 300%를 지급하기로 했으나 하청노동자에게는 100% 지급을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규직에게는 상생격려금 100만원을 지급했으나 하청노동자는 배제된 상황.
20개 하청업체와 합의한 상여금 지급 역시 원청의 재정 지원 없이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2월과 5월에 이어 같은해 10월 15일 월급날 가장 큰 규모로 임금이 체불됐다. 기성금 가불 방식의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한다."
한화오션은 "일부 협력사가 숙련공 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선제적인 단가 인상, 인센티브 지급, 공정 만회 지원금, 금융 지원 등으로 협력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현재 일부 공종 협력사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추가 예비비 지원, 숙련공 리텐션 방안 등 지원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
성과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한화오션은 2023년 실적 목표 미달로 성과급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회사는 2024년도 경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경영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화오션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3건이다. 지난해 9월 9일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 사망 사고는 현장의 부실한 안전 관리 실태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한화오션 측은 "빠른 시일 내에 사고 원인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있다"면서 "안전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선진 안전 문화를 확고하게 구축하기 위한 전사적인 혁신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내놓은 대책은 ▲3년간 총 1조9760억 원을 안전 관리 강화에 투자 ▲안전아카데미 설립과 노후 설비 교체 ▲외부자문단을 통해 이행 여부 객관적 검증 등이다.
회사 측 발표에 대한 노동계 반응은 냉담하다. 조선하청지회는 "안전 대책 논의에 하청노조가 배제돼 있다"며, "노동자 참여 없는 개선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화오션 사내 농성 초기 조선하청지회가 천막 설치를 시도했으나, 원청 직원들이 저지하면서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선하청지회는 "정규직 노동조합은 제지 없이 천막을 설치할 수 있지만, 하청노조는 원청의 방해를 받고 있다"며 차별적 대우라고 비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정당한 조합 활동 및 절차 진행을 준수해 달라는 당부와 함께 조선하청지회의 출입을 허용했다"면서 "사전 승인되지 않은 천막을 임의로 반입한 후 집회 중 무단으로 설치를 강행하려 했기 때문에 제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총 51일간 벌어진 불법적인 도크 점거 때문에 생산 활동이 장기간 마비됐고, 이 여파가 현재까지도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협력사들의 임금체불이 조기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