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위 맞추는 美 빅테크들...국내 플랫폼 업계 '예의주시'

2025-01-09

실리콘밸리 빅테크들, 트럼프 당선인과 접촉 강화

트럼프, AI 규제 완화 및 투자 촉진 위주 정책 시사

정치권서 추진하던 플랫폼 규제법 제동 가능성 제기

학계 "플랫폼, 중요 사회적 자산…국가적 전략 논의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빅테크 거물들이 트럼프의 환심 사기에 한창이다. AI 규제 완화 등 자신들에 우호적인 사업 환경 조성에 발벗고 나서면서 빅테크들과 경쟁해야 할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이에 걸맞는 전략을 수립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10일 메타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등에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판별하고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제3자 팩트체킹 기능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그는 트럼프의 측근으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가 운영 중인 엑스(옛 트위터)의 '커뮤니티 노트'와 유사한 기능으로 팩트체커를 대체하겠다고 언급했다. 커뮤티니 노트는 사용자들이 의견을 달도록 해 해당 콘텐츠에 대한 경고 및 맥락을 추가한 것이다.

그 다음 날인 8일(현지시간)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 경영자는 본인의 스레드 계정을 통해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이 앞으로 정치적인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도록 기본 설정될 것이라고 공지했다. 팩트체킹 프로그램 폐지에 이어 정치적 콘텐츠도 추천 알고리즘에 띄우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은 모두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자체 콘텐츠 검열 기능을 없애려는 트럼프 당선인 진영의 요구와 맞닿아 있다.

비단 메타 뿐만 아니라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트럼프 당신과의 우호적 관계 형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트럼프 취임 위원회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기로 했고,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트럼프에게 사비 100만달러를 기부금으로 냈다. 지난달엔 트럼프 당선인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를 방문해 유럽연합(EU)이 애플 등 미국 빅테크에 부과한 반독점 과징금 문제를 논의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빅테크들이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단연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정책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에 화답하듯 트럼프도 취임 전부터 신기술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해 기술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비추고 있다. 이미 선거 운동 기간 중 규제에 방점이 찍힌 AI 행정명령 폐지 등 빅테크 기업들의 자율성 보장과 AI 투자 촉진 및 법인세최고세율 15% 인하를 약속했다.

국내 플랫폼 업계도 이같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AI 에이전트(인간 개입 없이 다양한 작업을 스스로 수행하는 인공지능 시스템)를 중심으로 AI 기술 경쟁 판도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자칫하단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기본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하긴 했으나 하위법령 제정과 고영향 AI 가이드라인 및 예시 등을 정립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국내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장악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민거리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최수연 대표도 지난해 11월 자체 콘퍼런스에서 "우리의 경쟁자가 빅테크이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빅테크와 AI 기업들에 대해서는 비규제, 인수합병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것들이 최근 우리 입장에서는 반대되는 플랫폼 규제 상황과 맞무릴 경우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안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이 자칫 통상 마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 상공회의소는 입장문을 통해 "한국이 국제 무역 합의를 어기는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사후추정제를 도입해 사후적 대처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규제하고 갑을 관계를 규율하는 등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경쟁촉진 법안은 자칫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에만 역차별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이 빅테크 관련 부처에 규제 완화 위주 인사들을 배치했고, 트럼프 집권당에서는 미국 내 빅테크 관련 정책들은 비규제 위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초부터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 미국 상공회의소는 통상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음을 지속해 시사하고 있다. 우리도 플랫폼을 중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와 관련한 국가적인 전략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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