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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1996~2024)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과 관련, 고인의 모친이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6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에서는 오요안나 모친이 고인의 선배 기상캐스터 B씨와 전화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오요안나 어머니는 B씨에게 "요안나가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B씨는 "네? 잠시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말했다.
오요안나 어머니가 "어저께 사고로 죽었다"고 말하자 B씨는 "아니 아니 갑자기 왜요?"라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B씨는 "제가 회사에 바로 연락하겠다"고 했다. 오요안나 어머니는 "나는 안나 없이 못 산다. 안나 없이는···"라며 흐느꼈다.
이에 B씨는 "아. 어떡해. 어머니, 어떡해요. 어떡해···"라고 말했다.
오요안나 어머니에 따르면, B씨는 MBC에 연락해 오요안나의 사망을 알리겠다고 했다.
오요안나 모친은 당초 MBC에 딸의 사망 소식을 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상팀 내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없어 MBC의 제보 전화로 연락했다.
"오요안나 엄마다. B씨에게 내 연락처를 주고 전화 좀 해달라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모친은 선배 B씨를 지목한 이유에 대해 "딸이 그 선배를 제일 좋아했다"며 "평소에 일을 제일 잘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통화 당시 B씨는 오요안나의 모친에게 "혹시 장례식에 가는 걸 원치 않으시냐"고 물었다. 오요안나 모친은 "괜찮다. 오셔도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빈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인의 사망 당시에 MBC는 부고를 내지 않았다.
오요안나 모친이 통화에서 "아시잖아요. 안나가 A씨한테 스트레스 많이 받고 우울해갖고 죽겠다고 할때가 많았다. 아시잖아요. A씨가 우리 요안나 힘들게 했던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B씨는 "그런데 어머니, 요안나가 혹시 다른 뭐 힘든 일이 있었냐"며 A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요안나 모친은 "딸이 우울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B씨는 "그렇게 심했나요? 최근에 다 발랄하게 이렇게 연락했었다"고 밝혔다.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2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으나, 비보는 석 달 후인 12월 10일 뒤늦게 알려졌다. 대구·경북지역 종합일간지 매일신문은 지난달 27일 "비밀번호가 풀린 오요안나 씨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 총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엔 특정 기상캐스터 2명에게 받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2021년 5월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가 된 오요안나는 이듬해 3월부터 괴롭힘 대상이 됐다. MBC 관계자는 매일신문에 "아직 제대로 파악이 안 됐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시정해야 될 부분은 시정을 하고 비판도 달게 받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MBC는 "최근 확인이 됐다는 고인의 유서를 현재 갖고 있지 않다. 유족들께서 새로 발견됐다는 유서를 기초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다면 MBC는 최단시간 안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돼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고인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라 MBC로서는 대응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분명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고인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의 고충을 담당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 인사상담실, 감사국 클린센터)나 함께 일했던 관리 책임자들에 알린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고 했다.
오요안나 유족 측은 생전 전화 통화 내용과 카카오톡 대화를 모아 지난해 12월 고인의 직장 동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유족 측은 가해자와 회사 측의 사과조차 없었다며 진상 규명을 강력히 요구했다.
MBC는 오요안나 사망 4개월 만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달 31일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내부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신속하게 진실이 규명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다. 유족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위원장은 법무법인 혜명 채양희 변호사를, 외부위원으로 법무법인 바른 정인진 변호사를 위촉했다.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오요안나 사건을 수사해 달라는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내사를 시작했다.
고용 당국도 자체적으로 사건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관할 지청인 서울서부지청은 오요안나의 사건에 대한 근로자성 여부 등을 따지는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했다. 특히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이라, 프리랜서 신분이었던 오요안나에게 적용이 되는지 여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아이돌 연습생 출신인 오요안나는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으로 당선됐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뽑혔고, 평일·주말 뉴스 날씨를 맡았다. 다음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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