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성 시인
전남 영광 출신으로 200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
<함께 나누기> 몽돌은 ‘오랜 세월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에 바위가 부서지고 깎이면서도 모가 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돌’을 가리킨다. 몽돌과 조약돌을 혼동하기 좋은데, 조약돌은 몽돌보다 작으며 냇가에 있는 돌이고, 몽돌은 해변에 있는 돌을 말한다. '몽돌', 글감으로 많이 쓰인다. 일단 두 가지 면에서, 오랜 세월 동안 닳고 닳았다는 점과 모나지 않고 둥글다는 점. 즉 온갖 시련 버텨내면서도 모나지 않고 부드럽고 너그러운 성정을 지녔다는 뜻을 담았다.
이 시에도 그런 점이 잘 담겨 있다. “고향 바닷가 / 깎아지른 절벽이나 기암괴석보다 / 둥글고 춤 낮은 몽돌들이 좋다” 우리나라에 둥글고 자그마한 몽돌이 펼쳐져 있어 ‘몽돌해변’이라 이름 붙은 곳이 꽤 된다.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여수 무슬목 몽돌해변, 울산 주전 몽돌해변, 거제도 학동 몽돌해변, 제주시 알작지 해변 등. “날마다 파도에 밀리며 / 더 갈 데 없는 자리에서도 / 모나지 않고” 사람의 성격을 칭찬하는 말 가운데 모나지 않고 부드러운 성격을 '원만(圓滿)하다'고 한다.
“모가 사라지는 만큼 / 점점 몸 낮추어 견고해지는가” 모난 곳이 없어짐은 돌 크기가 작아진다는 말이다. 작아짐을 몸 낮춤에 비유함은 시인의 역량. 정말 그래선지 몽돌은 어느 돌보다 단단하다. 낮추면서 단단해지는 자세. 버림으로 얻는다는 이치와 비슷해 보인다.
“벌써 다 이루고도 / 이루었다는 생각조차 / 파도에 씻는” 제가 가장 마음에 두는 시행이다. 이미 낮춤(겸허)과 단단함(강인) 둘을 다 지녔으면서도 그것조차 내세우지 않는다. 가지면 드러내려 하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까지 한 일인 양 자랑하려는 우리들과 다르다.
“고향 바닷가 사원에는 / 온몸이 귀로 / 살아 있는 불상이 많다” '온몸이 귀로 살아있는 불상?' 몸 구석구석에 귀가 달렸으니 남의 말을 잘 듣기 위함이라 봐야겠다. 불상에 부처님의 귀를 여러 개 달 수 없으니 귀를 크게 만들었다는 설화가 있다. 중생의 고통에 귀 기울이겠다는 의지... 유태인 율법서의 하나인 '탈무드'엔 사람에게 입은 하나인데 귀가 둘인 까닭을 밝혀놓았다. 보고 듣고 행동하는 것에 비해 말하는 건 반만 하라는 뜻. 그러니까 내 주장보다는 남의 의견 듣기에 더 신경 쓰라는 말이다. 몽돌, 하나에 담긴 의미를 뜯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sgw31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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