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귀환 어부, 간첩 몰려 옥살이…51년 만에 재심 ‘무죄’

2025-02-24

북한에 피랍된 일화를 지인들에게 털어놨다가 간첩으로 몰려 복역한 어부가 5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제3-3형사부(정세진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송모씨의 재심에서 징역 1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고인이 북한에 피랍된 지 약 65년·실형 확정 이후 51년 만에 바로잡힌 판결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송씨는 1960년 5월16일 어로작업을 하던 중 북한 경비정에 피랍됐다. 송씨는 이후 해주시의 한 여관방에 억류됐다가 피랍 일주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송씨는 지인들에게 ‘북조선은 거지도 없고 실업자도 없다’ ‘남북통일을 위해서는 미군을 남한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등의 말을 퍼뜨린 혐의로 기소됐다.

군사정권의 공안몰이가 거셌던 시기 송씨는 10년도 지난 이 일로 구속돼 1973년 법정에 섰다. 당시 법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송씨에게 징역 1년에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고 1974년 형이 확정됐다. 송씨는 형기를 마친 뒤 1989년 6월13일 사망했다.

이후 송씨의 딸은 “아버지가 고문·협박에 못 견뎌 억울한 수감생활을 했다”며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당시 수사·재판기록과 이후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송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 구금 또는 가혹행위를 당한 상태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한 진술은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자백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는 증인들의 법정 진술뿐인데 술을 마시면서 그러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기억해 진술하는 게 이례적이어서 신빙성에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공소장에 기재된 것과 같은 말을 했더라도 그 발언 내용에 비춰 고향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납북 기간 경험한 북한 사회에 대한 피상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이 발언으로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했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명백한 위험을 줬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을 마치면서 송씨의 딸을 향해 “재판부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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