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월간복지동향>이 제안하는 의료대란 해법 “공공의료에서 찾다”
① 닮았지만 서로 다른, 일본 공공의료 현황과 방향 | 이요한
② 시장 중심 의료, 미국 공공의료 도전과 변화 | 정혜주
③ 건강이 인간의 기본권, 이탈리아 국영의료 | 문정주
④ 영국 NHS의 위기, 의미와 변화는? | 이안 그리너, 마틴 파월

[울산저널]이승진 시민기자= 의료 문제에 있어 한국은 일본의 고민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 이요한 교수(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학교실)는 <월간복지동향> 기고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일본 의료의 기본적 구조나 현상, 문제를 보면 한국과 매우 흡사하다”면서 “사회보험을 통한 건강 보장, 시장화된 민간 중심 의료 공급 체계, 주치의 제도나 문지기 기능 없이 자유롭게 이용해서 생긴 과다한 의료행위, 만성질환 관리 미흡,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지불 보상에 있어 과감한 개혁을 하지 못해 초래된 여러 구조적 비효율이 그러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병원 수가 많아도 민간병원 대부분이 중소병원이고 병상 수가 많아도 기능이 분화되지 못해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점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일차의료도 자영업자와 같고 도시지역에 개원하기를 선호하는 데 반해 필수의료(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는 피하려는 특성을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의료 인력이 전체적으로 적은 반면 노동강도가 세다는 점도 비슷하고 필수의료 약화 원인인 것도 비슷하다”면서 “이를 보완해 줄 디지털 헬스와 원격의료가 활성화되지 않은 점도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은 한국에 비해 공공 재정 크기가 훨씬 크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85%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자랑한다”고 비교했다. 한국은 60%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이 교수는 “보험료 이외에 일반재정(조세)으로 건강보험을 지원하는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이라면서 “일본은 웬만한 항목을 급여화 했고 수가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의사들이 급여 진료만으로도 안정적 수익이 가능하고 제도적으로도 급여 항목과 비급여 항목을 섞어서 진료하는 혼합진료가 금지돼 있어 비급여 문제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공공병원에 있어서는 “일본도 공공의료기관 비중이 작다 하나 공공병원 병상 수가 전체 30%를 차지하고 공공의료기관 개수로만 보면 1500여 개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며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고 했다. 또한 “500병상 이상의 공공병원도 많이 있어 한국 지방국립대학 병원급 기능을 자랑한다”면서 “10%에 불과한 공공 병상 비중에 필수의료나 중증진료 기능이 미진한 한국과 매우 대비되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장기간 지역 공공병원 설립을 촉구하고 있는 울산건강연대 역시 500병상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방분권이 한국보다 훨씬 진행된 나라로 보건의료 기획과 집행에 있어 지역 레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면서 “기본적으로 한국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를 위한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인 ‘개호보험’ 보험자가 기초자치단체인 시‧정‧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은 지역의료 제공에서도 자치단체의 기획 조정 기능이 강하다”면서 “의사 수도 병상 수도 지역에서 결정되는데 이처럼 분권화는 매우 시의적절한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비슷해 보이지만 의료 공공성과 지방분권화에서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본 공공병원의 경우 진료 역량에서 대학병원급 기능을 하는 곳도 많고 다수가 대학병원과 연계해서 전공의를 수련하는 역할을 한다”면서 “의료 취약지에 있는 소규모 공공병원도 거의 모든 진료과를 운영하고 전공의 수련도 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분권화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간 의료 편차 문제가 있는데 공공병원이 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공공병원을 보조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채산성이 떨어지나 꼭 필요한 의료를 하고 중앙정부가 재정지원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에는 “일본도 공공병원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해 왔고 지난 20년간 두 차례의 큰 개혁이 진행된 바 있다”면서 “2007년에 발표한 첫 번째 개혁 방안 문제의식 핵심은 공공병원의 만성적인 경영 적자였고 주요 내용이 경영 효율화 방안이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2015년에 발표한 두 번째 개혁 방안은 2007년 개혁 방안이 지나치게 경영 효율화에 있음을 인정하고 전체 의료·돌봄 시스템 내에서 공공병원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좀 더 발전된 형태였다”고 평가했다.
주요 내용으로 “지역의료 구상에 기반해서 공공병원 역할을 명확히 했고 지역포괄케어시스템(한국의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연계해서 공공병원이 제공해야 할 의료 기능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병원의 재정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포함됐는데 공공병원 간 연계 강화와 거점병원 중심 지역 의료체계 통합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는 지자체병원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끌어냈다.
의대 정원 문제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지역의료 확충에 초점을 맞춰 증원했기 때문에 의사단체 반발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였다”면서 “2008년에 도입된 ‘지역 정원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해당 지역 근무를 전제로 지역 의대와 지자체가 학비 전액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졸업 후 지자체가 정한 지역에서 9년간 의무 근무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시행 전(2007년) 대비 전체 의대 정원의 20%에 이르는 학생이 지역 정원제를 통해 의대에 입학”했다고 강조했다.
이승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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