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 가지 복귀 조건 내건 전공의들, 국민이 두렵지 않나

2025-07-21

지난해 2월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2000명 증원 발표 후 수련병원에서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 조건으로 정부에 3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19일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의결한 요구안은 윤석열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 수련병원과 복귀 논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1년5개월간 집단행동으로 환자와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친 것에 대한 반성, 사과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국민이 두렵지 않나.

이번 요구안은 지난해 3월 내놓았던 7대 요구안에 비하면 다소 물러선 내용이지만, 일부 특혜성 요구는 여전하다. 이미 시행되는 필수의료 패키지를 원점으로 되돌리되 앞으로 논의에는 시민·환자단체들을 포함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집착도 문제지만, 마치 빚 독촉하는 듯한 행태에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전공의들은 수련 연속성 보장을 위해 입영 대기 상태인 미필 전공의들의 입영 연기, 군 전역 후 기존 수련병원으로의 복귀 보장,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하다고 한다. 입영 연기·전문의 시험 추가는 과도한 특혜여서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어려움 속에 먼저 복귀한 전공의들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물론 비정상적인 의료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는 없다. 의료 정상화를 위해서는 올 9월 하반기 모집 때 많은 전공의가 지원하도록 정부가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가 됐다. 다만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 같은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하되 ‘무분별한 양보는 없다’는 원칙은 분명히 해야 한다. 전공의들이 무단으로 환자들을 떠난 최소한의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 그래야 “정부는 의사들을 이길 수 없다”는 망언을 더는 듣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전공의가 없어도 의료현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황이어서 더 다급한 쪽은 정부가 아니라 전공의들이다. 환자 생명을 볼모로 삼고 국민을 비하하는 발언까지 쏟아낸 데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 일단 조건 없이 현장에 복귀하고 정부와 대화하는 것이 순리다. 정부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혜를 전공의들에게 주는 건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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