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미국프로풋볼(NFL) 스타선수 오델 베컴 주니어는 LA 램스와 연봉 계약을 맺으며 흥미로운 발표를 했습니다. 그는 연봉 중 기본급에 해당하는 75만달러(약 10억4000만원)를 전액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결제 플랫폼 ‘캐시 앱’을 통해 이루어진 이 결정은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약 6만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인 시점에 내려졌습니다.
그러나 연이은 악재 속에 비트코인 가격은 1만8000달러선까지 추락했습니다. 한때 10억원을 훌쩍 넘던 그의 연봉 가치는 70% 이상 증발했고, 세상의 찬사는 ‘실패한 투자’, ‘무모한 도박’이라는 조롱으로 바뀌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2024년 시장은 반전 드라마를 썼습니다. 기나긴 조정기를 거친 비트코인은 다시 급등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그 결과, 오델 베컴 주니어가 받았던 비트코인의 가치는 4년 만에 연봉의 약 2배인 150만달러(약 20억4000만원) 수준으로 불어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내가 급여를 비트코인으로 받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했다. 이젠 내가 웃을 차례”라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한편,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에서는 다른 차원의 절박한 요구가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월급을 원화 대신 달러 가치에 1 대 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특히 테더(USDT)로 지급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 중소기업에서는 30여명의 외국인 직원이 단체로 “한국 돈은 필요 없다”며 코인 월급을 요구해 사업주가 가상자산 앱 사용법을 익혀야 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요구는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 필요에 의한 것입니다.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인 스위프트(SWIFT)를 통해 본국으로 월급을 송금할 경우 복잡한 절차와 긴 시간, 높은 수수료를 감수해야 합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거의 실시간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송금이 가능합니다. 특히 은행 계좌 개설이 어려운 불법체류 신분의 노동자들에게는 디지털 지갑만으로 임금을 수령하고 즉시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이 유일한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기반 급여 지급은 불과 1년 만에 3배나 폭증했으며, 그중에서도 미국 달러 코인(USDC)과 같은 스테이블코인이 전체의 63%를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상자산 임금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을 월급으로 받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초기 단계를 넘어 ‘가치가 안정된 스테이블코인을 효율적인 지급 수단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단계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으로 임금을 지급하려는 시도는 현행 노동법에 부딪힙니다.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 지급의 4대 원칙’으로 통화지급, 직접지급, 전액지급, 정기지급 원칙을 명시해 근로자의 임금 수급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임금 지급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것이 ‘통화지급의 원칙’(근로기준법 제43조)입니다. 통화지급은 과거 사용자가 임금을 제품이나 상품권, 주식 등 현물로 지급함으로써 근로자가 가치 평가의 불확실성, 현금화(환가)의 어려움, 처분의 불편함 등을 겪으며 실질적인 생계에 위협을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자산은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통화’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배임죄 형사사건에서, 가상자산이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고 있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2020도9789). “가치의 변동 폭이 커서 현금 또는 예금으로의 교환이 보장될 수 없고, 주로 투기적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해서 부정적입니다(서울중앙지법 2017가합585293: 확정). 다만, 아직 ‘가상자산으로의 임금 지급의 적법성’을 직접 다룬 판결은 아니었습니다.
현행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에서 가상자산은 근로기준법 제43조의 ‘통화’로 인정될 가능성이 작고, 임금을 가상자산으로 지급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통화지급 원칙을 위반한 행위가 됩니다. 앞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태세 전환해 노동청에 현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진정을 한다면, 사업주의 임금체불 처벌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다만, 현실적으로 근로자도 해당 코인을 부당이득 반환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직접지급 원칙 관련, “인력사무소 계좌로 임금 수령을 위임하는 행위는 무효이고,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 수령 위임이 있었더라도 무효”라고도 엄격히 해석했습니다(대법원 2025다209645).
그러나 통화지급 원칙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규정이 있으면 됩니다. 성남시는 2016년 조례로 임금 일부를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제처는 2018년 지역화폐 ‘조례’는 법령이 아니므로 통화지급 원칙의 예외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보수적으로 해석해 중단됐습니다. 통화지급 원칙의 예외가능성을 실험한 지자체장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이재명 정부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습니다.
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1 대 1로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은 변동성 문제가 없으므로 통화지급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도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이 아닌, 가치가 안정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국내에서도 ‘디지털 달러’가 원화 결제 생태계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만약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 및 송금 시장의 주류가 된다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효과가 반감되고 원화의 가치가 약화하는 등 ‘통화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입니다. 정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법제화가 빠르게 추진되고 있습니다. 국회에는 이미 2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가상자산은 2027년 1월부터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분리과세됩니다.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은 아직은 현재 시점에서 ‘신중함’입니다. 불가피하게 가상자산 보상을 고려한다면 임금성이 부인될 수 있는 비정기적 성과급이나 복리후생의 형태로, 제한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에서부터 기업이 지급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일부 성과급이나 선택적 급여에 한정해 지급하는 바람직한 지급 방식을 모색해볼 시점입니다.
다만 가상자산 임금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가능한가, 불가능한가’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제도화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치가 안정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통화지급 원칙’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오랜 기간 지켜온 근로자 보호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디지털 시대의 기술 혁신과 글로벌 경쟁 환경에 뒤처지지 않는 노동법적 진화를 이뤄내야 할 때입니다.
<한용현 한계단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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