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뜰폰(MVNO) 가입자 수가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지만 업계 분위기가 밝지 않다.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인 도매대가 인하 협상이 지지부진한데다 전파사용료 부담까지 겹쳐 하반기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알뜰폰협회의 적극 행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집계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알뜰폰 회선은 1011만684명으로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과거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포함해 1000만개를 넘은 적 있지만 순수 휴대폰 가입자 기준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64%까지 확대됐다.
다만 알뜰폰 사업자의 경영 현실은 웃을 수 없는 분위기다. 시장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최대 현안인 도매대가 협상이 답보 상태인데다 비용 부담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도매대가 산정 방식이 정부 주도에서 사업자간 자율협상 기반의 사후규제로 전환되면서 협상력이 약화된 상태다. 각 알뜰폰 사업자는 망제공의무가 있는 SK텔레콤과 개별 협상을 펼쳐야 한다.
현재 중소사업자 일부만 SK텔레콤 상대로 도매제공을 요청한 상태다. 두 달내 협정을 체결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왔던 만큼 협상 프로세스를 제대로 갖춘 업체가 드문데다 협상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부재하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개별 협상만 가능한지 알뜰폰 사업자 다수가 함께 협상해도 되는지 기준을 알 수 없고, 이통사 원가자료 등 협상에 필요한 기초자료가 없어 논의가 쉽지 않다”면서 “정부가 사후규제 규정으로 도매대가가 부당하게 높아지는 경우로 한정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협상을 통한 도매대가 인하 가능성도 기대하기 힘든 상태”라고 토로했다.
사업자 이익단체인 알뜰통신사업자협회도 관망하는 분위기다. 협회는 당초 도매대가 자율협상 도입 등 급격한 환경 변화에 따라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담합 우려 등으로 인해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알뜰폰 입장에서는 도매대가 인하 논의가 미뤄질 경우 수익성 확보와 사업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올해부터 전파사용료가 부과되면서 재무 여력도 악화됐다.
중소 알뜰폰사도 올해 20%를 시작으로 내년 50%, 2027년에는 전액 전파사용료를 납부해야 한다. 납입 규모는 올해 40억원, 2027년에는 200억원으로 늘어난다. 업계 추산으로 전파사용료를 전액 납부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약 2~3%포인트(P) 하락할 전망이다. 상당수 업체가 적자전환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안심옵션(QoS) 의무 제공과 도매대가 사후규제 보완, 전파사용료 차등화 등 알뜰폰 시장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알뜰폰협회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