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
시가 2.3배에 롯데렌탈 인수
경영권 프리미엄 대거 반영
소액주주 소외론 불거지자
롯데렌탈 주가는 10% 하락
어피너티, 수천억 더 투입할듯
국내 렌터카 시장지배자로 부상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너티)가 국내 1위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탈 인수를 지난 6일 장 마감 이후 공식화한 가운데, 이후 첫 장인 9일 롯데렌탈 주가가 급락했다.
경영권 지분을 많이 인정받은 탓에, 상대적으로 소액주주 몫이 줄어들었다는 인식이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소외에 따른 ‘국장 탈출(한국 증시에 투자를 하지 않는 행태)’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어피너티의 롯데렌탈 인수가 국내 증시의 단면을 전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롯데렌탈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39% 하락한 2만9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개월 새 롯데렌탈 주가는 매각 기대감에 3만5000원대까지 올랐으나, 어피너티의 롯데렌탈 인수 관련 MOU가 공시되면서 도리어 주가가 이날 하락했다.
그 이유는 어피너티가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프리미엄을 시장 예상대비 과도하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어피너티는 주당 7만7115원에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56.2%를 사들인다고 밝혔다.
이는 6일 종가(3만3350원) 대비 2.3배나 높은 수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상장사 경영권을 인수할 때, 시가총액 대비 많아야 30~40% 프리미엄을 얹는 것을 고려할 떄, 어피너티는 2배 이상 가격을 줬기 때문에 그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높게 쳐준 것”이라며 “기업가치가 총량이 정해져있다고 가정하면 이는 반대로 소액주주 몫은 그만큼 인정 안해준다는 것이 된다. 이 때문에 주가가 빠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IB업계선 어피너티가 국내 렌터키 시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이례적으로 높은 몸 값을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어피너티가 올해 상반기 국내 2위 렌터카 업체 SK렌터카를 인수할 때도 8200억원을 썼는데, 해당 가격도 높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어피너티가 지난 2018년 6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한 5호 펀드가 아직 2조원 가량 자금이 남았는데, 2018년 당시 저렴한 가격에 외화(달러) 기반으로 자금을 조성한 덕분에 어피너티가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IB업계는 어피너티가 국내 렌터카 시장에 총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올해 상반기 SK렌터카를 인수하는데 8200억원을 사용했고, 추가적으로 롯데렌탈 인수 전에 약 1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을 감안하면, 아직 5000~6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남은 상황이다.
또 다른 IB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어피너티가 인수후통합(PMI) 전략 등을 통해서 렌터카 비즈니스를 더욱 확장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라며 “아직 어피너티 드라이파우더(미집행액)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같은 관측이 나오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어피너티가 국내 1·2위 렌터카 사업자인 롯데렌탈과 SK렌터카를 연이어 인수한 이유는 그만큼 렌터카 시장 사업성이 좋기 때문이다.
렌터카 비즈니스는 회사채·차입금을 통해 신차를 매입한 이후, 이를 3~4년 간 장기로 고객에게 빌려줘 렌탈료를 받고, 그 이후엔 중고차로 매각해 차익을 보는 구조다.
렌터카 비즈니스는 리스회사(금융회사) 성격이 강한데, 내년부터 금리가 본격 인하될 경우 신차 매입을 위한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렌터카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하는 상황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국내 렌터카 시장규모는 2023년 8조5000억원서 2026년 10조4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개인과 기업 모두 할부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자동차 구입에 비해 편리한 렌터카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렌터카 인가대수는 지난해 약 122만대로 전체 승용차 등록대수 대비 5.7%를 기록 중이다. 오는 2026년 국내 렌터카 인가대수는 140만대를 초과할 전망이다.
증권가서도 어피너티의 이번 롯데렌탈 인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이날 롯데렌탈 목표가를 기존 4만2000원서 5만8000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 인수시 국내 렌터카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해, 신차구매, 중고차 매각, 신규 형성시장인 온라인 B2C 등 시장지배력이 현격하게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금리인하 기조가 가속화 되고 있어 이에 따른 중장기 방향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SK증권 역시 이날 목표주가를 기존 4만원서 4만9000원으로 상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