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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지역인구소멸 문제의 심각성에 직면해 있다. 특히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많은 지역이 고령화와 출산율 저조로 인해 급격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이러한 지역인구소멸 현상은 일자리 부족, 경제적 침체, 사회적 고립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더 나아가 국가의 균형 발전과 지역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데 그 해답이 바로 '지역디지털 2.0'이다.
지역디지털 2.0은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지역사회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지역디지털 1.0'이 주로 정보화 기반을 조성하고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지역디지털 2.0은 이를 넘어 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 정책 설계와 첨단 기술 도입을 통한 지역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다. 또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도구로 보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에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면 지역디지털2.0이 어떻게 지역인구소멸 문제 해결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먼저,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인 정책 발굴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소멸 문제는 인구감소, 고령화, 경제침체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쉽게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출렁다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출렁다리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다. 처음 몇몇 곳에 출렁다리가 설치됐을 때는 희소성과 호기심으로 제법 많은 관광객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비슷한 디자인에 특색 없는 출렁다리 퍼레이드는 식상함을 자아냈고, 일부 지역의 출렁다리는 혈세낭비 논란과 함께 흉물로 전락해버렸다. 이는 정확한 분석 없이 남들 따라 하기식 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
2023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 자치단체 중 지방소멸위험 지역은 118곳(51.8%)으로 절반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도시권 군 단위 지방정부의 인구소멸 위험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소도시의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는 교통망 등의 인프라 확충, 투자유치 등 다양한 방안이 있겠지만 위의 출렁다리 사례와 마찬가지로 타 지자체의 성공사례에 대한 단순한 모방이 아닌 유입인구 연령, 유입인구 밀집 지역 등 데이터를 통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즉, 타 지자체의 사례를 자기 지역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적절한 벤치마킹과 데이터 분석 결과를 근거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역 자체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지자체와 공유하고 분석 자료를 활용한다면, 인구소멸 문제만이 아닌 다양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역 데이터의 집적과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앙 허브가 필요하다. 중앙 허브가 구축되면 데이터 활용이 극대화될 뿐만 아니라 활용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지자체도 효과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지역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데이터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자체 공무원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다. 공무원이 전문성을 가지고 데이터 기반의 업무 추진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획부터 수집, 분석, 시각화, 활용사례 등 양질의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자체별 맞춤형 디지털 솔루션으로 지역인구소멸을 막을 수 있다.
지역인구소멸 문제는 지역마다 원인과 해결 방법이 다르다. 따라서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디지털 솔루션이 필요하다. 지역 맞춤형 접근은 인구 유출을 최소화하고,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예를 들어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한 지자체에서는 1인 가구 대상 주거, 교육, 정주여건 등의 특성을 분석해 취약지역을 도출했고,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1인가구의 성별·연령을 고려한 생애주기별 정책을 추진했다.
또 관광이 활성화된 지자체에서는 렌터카, 통신사,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 빈도가 높은 경로, 선호 거점, 연령대별 선호 노선 등을 분석해 관광 수요를 반영한 50개의 노선을 신규 개발했다.
이러한 지자체별 맞춤형 디지털 솔루션은 해당 지자체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인구유출을 막고, 인구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도 '데이터기반 지역 활성화 사업'을 통해 주민 참여형 디지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주민들이 직접 지역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솔루션을 제안하며 실행하는 모델이다.
한 섬 지역의 주민들은 안개 및 풍랑주의보에 따른 여객선 운항 여부를 확인하는 교통 정보 이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 물때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들은 섬과 섬 사이에 놓인 '노두(섬과 섬, 섬과 육지 사이에 돌을 깔아 만든 길)'에 고립되는 해상 안전사고가 발생하고는 했다.
이에 섬 주민들은 지자체와 지역 정보기술(IT)기업과 협력해 선박정보 안내 애플리케이션(앱)을 구축해 실시간 정보 확인을 가능하게 했다. 또 섬마다 키오스크 전광판을 설치해 관광객들이 물때에 따른 노두 이용시간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 다른 지자체에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지역의 농작물 수확기에 절도사건이 급증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경찰의 범죄위험도 예측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기반 자율방범대 활동지원 앱을 개발했다. 이 앱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순찰경로를 제시해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화된 순찰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등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에 이바지했다.
해당 사례들은 지역 문제를 디지털로 해결함으로써 지역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외부로의 인구 유출을 막고 외부인구 유입을 기대할 수 있게 한 데이터기반 지역 활성화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또한 해당 사업은 디지털 수요를 발생시킴으로써 기업 유인을 통한 지역디지털 생태계 조성에도 크게 기여한다.
지역인구소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지역디지털2.0은 단순히 지역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지역디지털2.0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디지털 혁신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지방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디지털2.0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지역 주민의 행복한 삶과 미래를 여는 열쇠다.
박덕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 depark@klid.or.kr
〈필자〉박덕수 한국지역정보개발원장은 충남 부여군 출신으로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행정안전부 정보문화과장, 스마트서비스과장, 전자정부정책과장, 공공서비스정책관 등 IT관련 주요 요직을 거쳤다.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 등 지자체 주요 직책까지 두루 경험한 중앙과 지방행정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