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수의 로컬리즘] ‘부머+로컬=일석이조 행복전략’

2025-02-04

신조어는 시대상을 투영한다. ‘신현상=신조어’에 가깝다. 어디나(장소), 누구든(대상), 길게(시간) 영향을 미치면 트렌드로 규정된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른 인구 집단은 여기에 딱이다. 시대를 읽고자 인구를 살피면 십중팔구 들어맞는다. 뒤바뀐 인구구조야말로 시대 설명의 근원변수이자 사회 규정의 최대 질서인 까닭이다. 거대한 변화 신호답게 뒤이은 제도 수정을 이끌어낼 확률은 커진다. 유행하는 신조어를 통해 시대를 분해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움직임이 자리 잡은 이유다.

올해 인구 관련 신조어는 특정된다. 고령인구 대량 등장이 빚어낸 시대 변화인 ‘향(向)시니어’를 뜻하는 유행어가 많다. 실제 세밑에 초고령화 돌파라인인 20%를 넘어섰다. 베이비부머의 상징인 ‘58년 개띠’가 65세를 뚫으며 연금개혁·무임승차 등도 불거졌다. 인구감소형 초고령화가 인구 증가형 조세·복지의 세대 부조를 멈춰 세웠다. 현실 변화에 맞춘 제도 수정을 통해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게 절체절명의 과제다. 다행인 건 부머세대의 신조어가 긍정 의미로 재편되는 변화다. 뒷방 퇴물에서 성장 동력으로 바라본다. 활기찬 신노년층을 뜻하는 청년노인의 욜드(Young Old)세대,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 등이 그렇다. 이들의 그레이네상스(그레이+르네상스)가 기대된다.

반면 소멸지역, 한계취락, 유령마을 등 로컬 현실을 경고한 유행어도 많이 생겼다. 급속도로 자생력을 잃어버린 농산어촌의 비극 현실을 일컫는다. 이대로면 곧 읍·면·동발 등록인구 제로 마을마저 출현한다. 기능 부전의 로컬 무대는 숱하다. 온기조차 없는 열등 공간답다. 로컬 복원의 몸부림에도 불구, 창출 성과는 기대 이하다. 소중한 도전과 용감한 실험이 빛나는 새로운 연결 전략이 시급하다. 괜찮은 대안 모델 중 하나는 수혈이다. 뻔하디 뻔한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긴장감과 신선함을 올려줄 구원투수를 찾아보는 취지다. 아무나는 금물이다. 취지 공감부터 이익 공유까지 같은 배를 탄 당사자가 유력 후보다.

그렇다면 1순위는 초고령화로 집결한 베이비부머다. 65세 생일과 함께 ‘생산가능인구→피부양인구’로 신분 이동이 확정된 부머세대는 방치하면 사회비용이지만 활용하면 성장엔진으로 전환된다. 근로 의지, 활동 능력이 있음에도 피부양인구의 복지 수요자가 되는 건 개인·사회 모두에 부정적이다. 이때 로컬 공간만큼 부머세대의 능력 발휘에 적합한 실현 현장도 없다. 복지비용을 아껴낸 사회가치와 노년 활약이 지펴낸 경제가치의 일석이조로 제격이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의 상당수는 ‘고향 로컬→집단 상경’의 이동 경험마저 공유한다.

부머와 로컬의 만남은 어려운 문제 해결을 넘어 색다른 가치 창출을 뜻한다. 초고령화와 위기 로컬을 다 풀어줄 매력적인 최적함수다. 비용 절감, 편익 증가의 지향셈법은 ‘한계로컬+은퇴 노년=신비즈니스’로 정리된다. 경직적인 과거제도가 쏟아낸 부머 집단의 대량 은퇴는 시작됐다. 거리를 떠돌 잉여인간으로 전락해선 곤란하다. 동시에 어릴 적 떠났지만, 애정했던 고향 로컬은 소멸 직전에 섰다. 사람이 없어 모든 게 멈춰선 곳이다. 수많은 부머 집단이 이곳을 향하는 건 자연스럽다. 어쩌면 이곳 로컬에 30년 인생 후반의 행복 힌트가 있을 수 있어서다. 미래를 찾아 떠나는 부머 행렬을 기대한다. 청년 시절 서울이었지만, 노년 시기 로컬로 달라질 뿐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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