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 2019년 시위 재발 경고
시민들의 청원, 자원봉사 활동 주시

최소 128명의 목숨을 앗아간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독립적 조사 기구를 설치하자고 서명운동을 벌인 대학생이 체포됐다. 홍콩 보안당국은 참사를 틈 타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재발을 꾀하는 세력이 있다며 경고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독립매체 단전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대학생 마일스 콴(24) 등 4명은 ‘타이포 훙폭 코트 화재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이재민 지원, 독립된 조사위원회 설립, 공사 사업 감독 시스템 점검, 정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 활동을 벌였다.
콴은 28일 통근시간 전철역 앞에서 “오늘날 홍콩이 안팎으로 구멍투성이라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외치며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줬다. 온라인 청원에 하루만에 1만명이 서명했다.
홍콩에서는 이전에도 대형 참사가 발새하거나 사스(SARS) 유행 등 정부의 부실 대응이 문제가 될 때 시민사회의 요구로 주로 퇴직 판사가 위원장을 맡는 독립적 조사기관이 출범해 활동해 왔다. 2019년 반송환법 시위 때에도 경찰 당국의 강경진압을 조사하는 기구 설치 요구가 나왔다.
콴은 체포되기 전 AFP통신 인터뷰에서 “나는 매우 기본적인 것만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요구도 선동적이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다면 결과는 알 수 없다. 나는 진심으로 내가 믿는 바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CMP는 콴이 29일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화재 진압 작업이 마무리되고 홍콩 시민사회에서 애도와 책임 추궁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져나오자 홍콩 당국의 시선은 ‘2019년 반송환법 시위’가 되풀이되느냐의 문제로 향했다.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는 29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어지럽히려는 자와 다른 마음을 먹은 자들이 이러한 재난 시기에 나쁜 일을 하려 한다”면서 “허위 정보를 퍼뜨리고 악의적으로 정부의 구호 업무를 공격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사회 분열을 불러일으키고 홍콩 정부와 행정장관에 대한 증오를 선동한다면 “반드시 도덕적 질책과 법적 처벌을 엄하게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스 탕 보안국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구호 관련 가짜뉴스가 올라온다며 사회 분열을 노리려는 자들이 있는 만큼 사회가 단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영문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친중 성향 홍콩매체 문회보를 인용해 반중 인사들이 화재 구호 현장에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텐트를 운영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재민을 돕기 위한 민간 구호소는 경찰 감시 표적이 됐다. 무장경찰 부대는 27일 해가 진 뒤부터 민간 구호소 주변을 순찰했으며 야간에는 해산을 권고했다. 29일 오전 5시 민간 구호소는 모두 철수했고 기부 등의 업무는 정부 기관이 넘겨받았다.
민간 구호소 등 자원봉사 현장에서 수많은 청년들은 당국 개입 없이 노점을 운영하고, 골판지 안내판을 들고, 책임을 추궁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단전매는 2020년 7월 홍콩보안법 실시 이후 당국이 시민사회의 입을 틀어막은 것이 화재 참사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웡푹 코트 아파트 공사는 지난해 7월 시작됐으며 공사비는 3억3000만 홍콩달러(약623억원)로 알려졌다. 프레스티지 건설 & 엔지니어링에 따낸 이 계약은 주민들이 가격을 분담하는데도 가장 비싼 가격이 입찰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화재 발생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입찰 담합 문제와 건설 자재에 대한 불만 등이 제기됐지만 당국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민단체 ‘입찰담합방지연맹’이 웡푹 코트 공사를 문제 삼다가 구의원에게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는 비난을 받고 활동을 중단한 적 있었다. ‘유언니어’는 홍콩 당국이 보안법 제정 이후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릴 때 자주 사용하던 표현이다.
단전매는 “보안법이 공무원들을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게으르게 만들었다”며 “홍콩 아파트 참사는 보안법 이후 시대의 일련의 변화를 시사한다. 이 붕괴는 정치 체제뿐 아니라 사회 기반 시설 전체의 붕괴를 의미하며, 화재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논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