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찬반 집회’ 양상
2차 체포영장 당시 한남동 집회
3040 남성 주도… 비중 23% 달해
탄핵안 표결 때 여의도 집회선
2030 여성이 25% 차지해 ‘딴판’
전문가 “정치권 이념갈등 투영
감정이 격화되고 있는 것” 지적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이 집행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일대에는 4만9000여명의 시민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대통령 체포 저지를 위해 지지자들이 결집한 가운데 현장 인구 4명 중 1명은 30∼40대 남성이었다. 반면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집회 현장에서는 참석자 4명 중 1명이 20∼30대 여성이었다. 탄핵 집회는 젊은 여성이, 체포 저지 집회는 젊은 남성이 주도한 것이다.
◆한남동엔 30·40 男, 여의도엔 20·30 女
20일 세계일보가 서울시 생활인구데이를 분석해 윤 대통령의 체포가 이뤄진 15일 서울 한남동 인구를 분석한 결과 오전 9시 기준 4만9308명이 결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0시 기준 이 지역 인구가 2만953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만명이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인적이 드문 오전 5시 영장 집행에 나선 까닭에 3일 1차 집회 당시 5만5551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서는 인원이 다소 줄었다. 서울시 생활인구데이터는 서울시와 KT가 공공빅데이터와 통신데이터를 이용해 서울의 특정 지역, 특정 시점에 존재하는 모든 인구를 추계한 통계다.
15일 한남동에서 가장 많은 인구 비중을 차지한 집단은 40대 남성으로 전체의 12.2%를 차지했다. 이어 30대 남성이 10.9%였는데 3040 남성으로 보면 23.1%에 달했다. 이어 30대 여성이 10.0%, 50대 남성이 9.5%, 40대 여성이 9.0% 순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당시 한남동 일대에는 신남성연대 등 보수 유튜버들과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수의 남성 지지자가 관저 인근 국제루터교회와 한남초등학교 등에 자리를 잡고 “탄핵 무효”를 외쳤다. 당시 연단에 선 한 30대 남성은 “우리가 애국자”라며 “분노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고 윤 대통령을 우리가 도와야 한다. 체포를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윤 대통령의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며 야당 지지층이 모였던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동 집회는 젊은 여성층이 주도했다. 여의도동에 결집한 인구는 10만4286명으로 이 중 20대 여성이 13.4%, 30대 여성이 11.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40대 남성(9.1%), 40대 여성(9.0%) 순이었다.
당시 집회에는 자녀와 함께 집회를 찾은 여성들이 눈에 띄었다. 한 40대 여성은 자녀의 500일 기념 여행비를 털어 현장에서 기저귀 갈이, 수유를 위한 ‘키즈버스’를 운영했다. 한국의 아이돌 문화를 반영하듯 촛불 대신 응원봉도 등장했다. 젊은 세대에 친숙한 K팝을 개사한 노래가 울려 퍼진 것도 당시 집회의 특징이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 중심도 젊은 층
최근 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중심에도 젊은 층이 있었다. 경찰은 18∼19일 이틀간 서부지법과 헌법재판소 내·외부에서 발생한 집단 불법행위로 총 90명의 현행범을 붙잡아 19개 경찰서에서 수사하고 있다. 90명 중 46명(51%)은 20대와 3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서부지법에 침입한 46명과 공수처 차량을 저지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10명,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서부지법을 월담한 사람 중 혐의가 중한 10명 등 66명에 대해 서부지검에 구속영장을 순차적으로 신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부지법에 침입한 46명 중 3명은 유튜버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서부지법 집회 현장에서 만난 김모(34)씨는 “민주당의 입법독재, 29번의 탄핵, 친중 행동을 보고 대통령이 얼마나 어려웠는지에 대해 알게 됐다”며 “탄핵 과정에서부터 국무총리 위법 탄핵, 수사권 없는 공수처가 서부지법에 위법 영장을 청구, 발부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체포조차 불법으로 진행되는 걸 보며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선거에서 나타난 이대남, 이대녀 갈등 양상이 최근 집회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최항섭 국민대 교수(사회학)는 “지난 대선을 보면 20·30 남성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했고 민주당 쪽은 조국 때부터 여성지지가 많아 젠더갈등이 극심했던 시기가 있었다”며 “그 젠더갈등 문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물밑에서는 갈등이 계속 심화하고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야 지지율에서도 세대와 성별이 집결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젠더갈등이 집회를 넘어 향후 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젊은 남성들이 집회를 주도하는 상황과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서 나타난 극단적인 행동들이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젊은 남성들은 마초이즘, 남성들이 강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 등을 추구하며 집회에 나서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정치권 이념갈등 대결이 젠더갈등으로 투영되면서 감정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승진·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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