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와 서울 마을버스 업계가 재정 지원 문제에 합의했지만, 통합환승할인제 탈퇴 여부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마을버스 조합)은 서울시가 환승 손실금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 기점으로 통합환승할인제를 탈퇴하겠다며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시민들은 마을버스를 탈 때 환승할인을 못 받게 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후 5시 실무자협의회 기초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본격적인 협의에 앞서, 실무자협의회를 어떻게 개최하고 어떤 내용을 다룰지 검토하는 사전 미팅 개념의 회의다. 하지만 마을버스 조합 측은 ‘일정상 어렵다’며 불참했다.

마을버스 조합, 환승 탈퇴 카드 ‘만지작’

앞서 서울시와 마을버스 조합은 지난 2일 ‘마을버스 운송 서비스 개선을 위한 합의문’을 체결했다. 서울시가 매월 마을버스 한 대당 지원하는 재정 지원 기준액을 기존 48만 6098원에서 51만 457원으로 높이고, 2026년도 기준을 수립할 때 마을버스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내용이다.
대신 마을버스 조합은 운행 횟수와 배차 간격을 개선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로 약속했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조합의 약속 이행을 확인한 이후 보조금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연휴 직전 극적으로 손을 맞잡았지만, 이후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마을버스 조합은 이번 합의와 통합환승할인제 탈퇴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마을버스 조합 관계자는 “지난 2일 합의는 서울시가 업계에 지급하는 재정 지원 기준액·한도액을 확정한 것일 뿐”이라며 “통합환승할인제 탈퇴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조합은 마을버스가 서울시 환승 체계에 편입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액을 100% 서울시가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승객이 마을버스 요금(1200원)을 지불한 뒤 시내버스·지하철 등으로 환승하면, 마을버스는 평균 600원가량을 받지 못하는데 이 금액을 전액 서울시가 모두 보전하라는 입장이다. 마을버스 조합은 지난 20년간 환승 손실금이 매년 평균 1000억원 규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의 올해 마을버스 보조금은 412억원 규모다.
마을버스 조합 측은 “실무자협의회에서 환승 손실금 보전 등에 대해 원만히 합의하지 못할 경우 2026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통합환승할인제를 탈퇴한다”고 시한을 못 박았다. 마을버스 조합이 환승 체계에서 탈퇴하면 시민들은 마을버스 이용 시 별도의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

“적자율 심각 노선, 市 인수 검토해야”

마을버스 조합 측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실무자협의회를 통해 논의하겠다”며 “마을버스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적절한 재정 지원 규모에 대해 합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을버스 노선별로 서울시가 다른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흑자 노선은 재정 지원을 그만두고, 적자가 심각한 마을버스 노선은 서울시가 인수하는 식으로 마을버스 운영 구조를 이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본부장은 “마을버스 조합은 경영 상황이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흑자 기업이 더 많고 민간 마을버스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며 “적자율이 심각하더라도 꼭 필요한 노선의 경우 서울시가 아예 서울교통공사를 통해 선택적으로 인수한다면 마을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민간 사업자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