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을

2025-12-04

북극의 온난화는 지구 평균보다 4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온난화 영향으로 북극해 중앙부 해빙 두께는 1970년대 초반 이후 30% 이상 감소했다. 북극의 해빙 면적은 10년마다 4%씩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2030년쯤에는 여름철 북극해 해빙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빙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북극항로를 통한 물동량이 지난 10년간 10배 증가해 2024년엔 3800만 t이 됐고, 2030년에는 1억 t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북극항로는 여름철에만 주로 이용되지만, 앞으로 쇄빙선이 확충되고 기상 서비스가 더 충실하게 제공되면 운항 기간은 대폭 확대될 것이다. 북극항로의 가치는 운항 거리 단축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정세 변수에 따라 수에즈 운하 봉쇄나 믈라카 해협 봉쇄 등 긴급 사태가 발생하면 대체 항로로서 가치도 커진다.

온난화로 북극항로 중요성 커져

운항거리 짧고 천연자원도 많아

한·러 에너지 협력 강화해 가야

북극권은 방대한 천연자원의 보고다. 에너지 자원을 보면 지구상에서 아직 개발 안 된 원유의 13%와 천연가스의 30%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80% 이상이 서시베리아에서 생산된다. 북극해에 접한 러시아 야말반도 한 곳만 봐도 면적은 영국의 절반이지만, 유럽 전체가 40년 이상 사용할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방대한 북극해 대륙붕에서도 많은 가스전이 발견되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는 야말반도 등 서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공급했다. 하지만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로는 거리가 멀어서 육상 파이프라인보다 북극항로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쇄빙 탱커로 운송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러시아는 야말반도 가스전 개발을 위해 LNG 쇄빙 탱커 15척을 대우조선(현 한화오션)에서 건조했다.

천연가스는 고효율 청정에너지다. 한국의 1차 에너지 수요의 20%를 천연가스가 감당하는데, 천연가스는 발전소 연료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전소 연료를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바꿔가고 있다. 수소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도 수소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수요는 앞으로 많이 증가할 것이다.

한국은 대부분의 천연가스를 카타르·미국·호주·말레이시아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 야말반도-부산항 구간(약 1만 2000㎞)은 카타르-부산항 구간(약 1만 5000㎞)보다 짧고, 장차 개발이 예상되는 알래스카 북사면 가스전에서 생산될 천연가스 수송항로도 북극항로의 일부가 될 전망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한국의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을 위해 수입선 다변화가 필요할 것이고,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은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 정부가 과거에 추진했던 신북방정책처럼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북극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와 원유의 개발·수송을 위한 쇄빙 탱커 건조와 천연가스 액화시설, 선적 터미널, 육상 기반시설(저유시설·펌프·통신시스템·응급서비스 등)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방대한 인프라 건설에 한국이 보유한 조선, 토목·건설, 플랜트 건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공급원 확보는 물론이고, 건설과 플랜트 산업의 새로운 시장 개척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북극항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북극항로 개발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항로 활성화와 물동량 증가에 대비한 쇄빙선 건조, 해기사 양성, 항만시설 확대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는 북극항로 해상 물류를 주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범부처가 참여하는 ‘북극항로위원회’를 설치하는 ‘북극항로 특별법’을 발의 중이다.

그러나 당장 북극항로를 통한 유럽과의 해상물류는 중간에 환적항이 없기 때문에 경제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북극항로 개발은 단순히 한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물류가 아니라 북극해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봐야 할 것이다. 국가 에너지 전략은 경제·안보·환경·기술과 함께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기 때문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예동 한국극지연구위원회 위원장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