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확산 방치하면 2050년까지 2억2천만명, 수돗물 못 쓴다고?

2025-12-03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2050년까지 도시가 지금처럼 밖으로만 퍼져 나가는 방식으로 성장할 경우, 전 세계 2억2천만 명이 수도관에 연결된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1억9천만 명은 기본적인 하수도 서비스에서 배제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의 100개 이상 도시를 분석한 이 연구는, ‘도시가 얼마나 넓게 퍼지느냐(도시 형태)’가 물과 위생 시설 접근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임을 수치로 보여줬다.

복잡성 과학 허브(CSH·Complexity Science Hub)와 세계은행 연구진은 네이처 시티즈(Nature Cities)에 발표한 논문에서, 1억8,300만 채의 건물 위치 데이터와 12만5,000가구 조사, 각종 인프라·경제 지표를 결합해 도시 형태와 상·하수도 접근성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도시가 앞으로 두 배로 커진다고 가정하고 △컴팩트 성장(도심 내 밀도 높이기·빈틈 메우기) △지속적 성장(현재 확장 패턴 유지) △수평적 성장(도심 밖으로 외곽 확산) 등 3가지 시나리오를 모델링했다. 그 결과, 도시가 둥글고 밀도 높게 압축 성장할 경우에는 수평적 확산에 비해 2억2천만 명이 추가로 수도관에, 1억9천만 명이 추가로 하수도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도시가 외곽으로 퍼지는 수평적 성장을 선택하면 기본적인 물·위생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인구 비율이 “적극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이미 뉴델리, 카이로, 라고스, 보고타 등 대도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수치로 ‘정량화’했다. 논문에 따르면, 도시가 더 넓게 퍼진 대도시일수록 수도 요금이 밀집형 도시에 비해 평균 75% 더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보다 분산된 도시에서는 ‘인구가 흩어져 사는 지역’의 수도 요금이 50%나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인프라를 깔고 유지하는 비용 구조가 도시 형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또 “외곽 지역 주민은 도심에 가까이 사는 주민에 비해 주요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평균 40% 낮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55개국 100개 이상 도시의 형태와 물 접근성, 서비스 비용의 상관관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도시 갈증(City Thirst)’이라는 인터랙티브 시각화 도구도 제작했다. 연구진은 특히 향후 수십 년간 도시 인구가 폭증할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아프리카 도시 인구는 2018년 5억5천만 명에서 2050년에는 거의 15억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아프리카 도시들은 아시아 도시보다 면적은 두 배 가까이 더 넓지만, 도심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아시아는 이 비율이 23%다.

즉, 아프리카는 이미 ‘넓게 퍼진 도시 + 낮은 도심 인구 밀도’라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는 데다, 앞으로 도시 인구가 세 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계획 없이 수평적 확산을 계속할 경우 물·위생 불평등이 폭발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에 도시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 즉 주민이 도심 주변에 얼마나 모여 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희소성(sparseness)’으로 정의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경우, 3,3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중심부 인근에 거주한다. 르완다 키갈리는 220만 명 중 15%만이 중심부에 살고, 대부분이 외곽에 흩어져 있다. 연구진은 “도시 내에서 새 개발이 어디에 이루어지느냐가 물·위생 서비스 접근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요약했다.

따라서 도시를 ‘어디에, 어떻게’ 짓느냐만 바꿔도 물과 위생 서비스 접근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하거나 인프라 총량을 늘리지 않더라도, 도시의 모양과 성장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밀집화=만능 해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나이로비의 키베라, 리우데자네이루의 로시냐, 멕시코시티의 이스타팔라파처럼 인구 밀도가 극도로 높은 빈민가 지역은 여전히 상·하수도와 기본 서비스에서 소외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는 “무계획한 수평적 확장은 도시 서비스 제공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시사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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