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대학농구 스타만들기 (1) 연세대에 가면 신촌 정해인이 있다?! 아시아MVP 이주영

2025-03-13

[점프볼=서호민 기자] 오세근, 김선형, 김시래, 이승현, 이종현, 최준용, 허훈. 과거 대학농구를 풍미한 영웅들의 등장은 늘 농구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어왔다. 그러나 다음 세대를 이끌 주인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폭발력과 함께 팬들을 몰입시킬 만한 자질을 갖춘 스타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 스타가 탄생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역할도 중요하다. 과거 대학농구를 호령해 현재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도 미디어의 힘을 빌려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그래서 <점프볼>이 준비했다. ‘대학농구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코너명으로 각 대학에서 스타성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를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3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연세대 가드 이주영이다. U18 아시아대회 MVP에 빛나는 슈퍼 유망주다. 연령별 청소년대표팀에 선발되면서 아시아 무대를 호령했던 그는 어느 덧 연세대를 이끄는 주전으로 거듭나 한국농구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대학에 와서 성장이 주춤했다는 평가지만 떡잎부터 달랐던 그 실력은 어디가지 않는다. 실력은 물론 출중한 외모와 패션 센스까지 스타가 갖춰야 할 조건들은 모두 갖췄다. 별명도 ‘신촌 정해인’이란다.

서_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 잘 지냈지?

이_기자님도 잘 지내셨죠? 기자님과 처음 인터뷰했던 게 벌써 3년이나 됐나요. 시간 참 빠르네요. 그 때 (이)채형이, (강)성욱이랑 올림픽공원에서 두시간 반 동안 땀 뻘뻘 흘리며 촬영했었는데. 그 때 기억이 아직도 선하네요. 농구적으로도 리즈 시절이었는데. 하하.

서_얼마 전, 스페인 마드리드로 동계 전지훈련을 다녀왔던데.

이_유럽 자체를 살면서 처음 가봤어요. 대학교 입학하고 나서 첫 전지훈련으로 미국을 다녀왔고, 2학년 때는 필리핀, 그리고 이번에 스페인을 다녀왔는데 연세대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미국, 필리핀, 유럽에서 추구하는 농구 스타일이 각각 다르잖아요. 3개국에서 경험했던 농구를 믹스해서 우리 팀만의 농구로 만든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운동 외적으로도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많이 쌓았어요.

서_직접 경험해 본 유럽농구 스타일은 어땠어?

이_의외로 한국농구와 크게 다르다는 점은 못 느꼈어요. 확실히 느낀 건, 한 선수가 주도적으로 하지 않고 코트 위 5명 전원이 유기적으로 예쁘게 움직인다?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수비에선 상대 진영부터 압박하는 걸 가드들에게 많이 요구하더라고요. 압박 강도도 한국보다 더 높았고요. 공격적인 면에선 픽-앤-롤 등 2대2 게임을 위주로 배웠던 것 같아요.

서_그외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이_농구 외적으로는 아무래도 레알 마드리드 축구 경기 보러간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8만명 수용 가능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 있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았고, 마치 FIFA 게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또 제가 평소에 축구도 좋아하거든요. 음바페, 벨링엄 등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의 경기를 직접 보고 있다는 게 그저 놀라웠어요. 그 외에도 쉬는 날 레알 마드리드 농구 경기도 봤고, 마드리드 시내에 나가서 쇼핑도 하면서 유럽에 왔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죠.

서_‘아시아 MVP’는 이주영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틀이야.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어?

이_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타이틀이고 또,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타이틀이에요. 아마 제가 농구를 그만둘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타이틀이 되지 않을까요. U18 아시아대회 때 받았던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칭찬들을 돌이켜보면, 그 순간들을 잊고 싶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느끼고 싶어요. 또, 이 타이틀 덕분에 더욱 강하게 동기부여 할 수 있고요.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이 타이틀을 상기시키며 ‘나는 못했던 선수가 아니야’라고 되뇌이며 마음을 다 잡곤 해요.

서_고교 시절 기대치가 너무 컸던 탓일까. 대학에 와서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도 있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_저도 많이 아쉽죠. 1학년 때는 부상으로 거의 뛰지를 못했고요. 반대로 아시아 MVP라는 타이틀이 있었기에 아쉽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고등학교까지는 피지컬로 하는 농구가 가능하지만 대학은 프로 전단계이기 때문에 해야될 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결과적으로 지난 2년 동안 활약이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올해는 그 아쉬움을 날리기 위해 판을 한번 뒤집어보려고 해요. 그래서 동계훈련 준비도 더 빨리했고요. 누구나 슬럼프를 겪지만 올해부터는 기복을 줄이고 꾸준히 평균치를 지켜가려고 해요. 고등학교 때가 제 농구인생의 리즈 시절이었다면 이제는 다음 리즈를 꿈꿔야죠.

서_과거부터 스타플레이어들은 이름보다는 톡톡 튀는 별명으로 훨씬 유명해. 본인은 어떤 별명을 가지고 있는지?

이_티라노, 쿼카, 신촌 정해인? 티라노는 고등학교 때부터 팔이 짧아서 친구들이 놀리듯 부른 익숙한 별명이고, 쿼카는 팬들께서 캥거루상이라며 지어주신 별명이에요. 신촌 정해인도 팬들께서 지어주신 별명인데 어디서 이걸 제 입으로 말하고 다니면 분명 욕을 먹겠죠(웃음). 그래도 기분은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또, 팬들께서 지어주신 만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서_평소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아. 오늘 촬영 의상 콘셉트에 대해 소개해줄 수 있을까?

이_팬들이 옷을 잘 입고 다닌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긴 해요. 사실 옷은 잘 입는 것보다는 자기한테 맞는 옷을 입어야 가장 빛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운동선수들은 하체가 두꺼워서 타이트하게 달라붙는 옷을 입으면 보기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와이드한 옷을 선호해요. 그리고 남자가 너무 꾸며도 별로라고 생각해요. 캐주얼하면서도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꾸안꾸’ 패션이 좋아요. (화보촬영도 자연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알아서 뚝딱 잘 해낸다고 하자) 저도 이제 스물 둘이잖아요. 하하.

서_여동생(이예인, 수원제일중2)도 엘리트농구를 하고 있어. 동생은 어떤 선수야.

이_올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요. 일주일에 한번씩 집인 수원에 가는데 볼 때마다 키가 커요. 현재 키는 168cm 정도 되고 포지션은 슈팅가드예요. 중, 고등학교 때부터 저를 엄청 따라다녔어요. 오빠의 영향을 받아 취미로 농구를 시작해 엘리트농구까지 접하게 됐는데 사실 힘든 길이잖아요. 이왕 할거 확고한 목표를 정해놓고 했으면 해요.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이면 실력적으로도 두각을 드러내야 할 때예요. 경험자의 입장에서 알려줄 수 있는 건 알려주면서 동생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성격이 조금 소심한 편인데 허슬도 해보고, 이것저것 많이 해보며 부딪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서_이 타이밍에서 화제를 전환해 돌직구 질문 한번 던져볼게. 이주영에게 문유현이란?

이_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기 전에 이거부터 해명하고 싶어요. (문)유현이랑 저 원래 친한 사이인데 사람들은 안 친한 줄 알더라고요. 작년 챔피언결정전 끝나고도 따로 만나서 밥도 먹었어요. 연세대와 고려대가 경기를 하면 워낙 치열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한번씩 으르렁거리니까 사이가 안 좋은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경기장 밖에선 친하게 지내요. 유현이와 저 둘다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시작했는데 유현이는 어릴 때부터 제가 인정한 선수예요. 송정초-화봉중-무룡고를 이긴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예요. (문유현은 어떤 친구?) FM인척 하는 FM이랄까. 하하. 착하고 순진한 친구예요. 가끔은 엉뚱하기도 하지만요. 예전에 청소년대표팀 때 감독, 코치님이 지적하시는 내용을 일일이 메모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문유현이 있지 않나 싶어요.

서_내가 문유현보다 이건 더 낫다 싶은 게 있다면?

이_유현이도 귀엽게 생겼지만 그래도 외모적인 면은 제가 조금 더 낫지 않을까요. 하하.

서_공교롭게도 지난 2월 호 점프볼 잡지 표지를 문유현이 장식했어. 또, 성인 국가대표에도 발탁되기도 했고. 그 때 솔직히 부러웠다? 안 부러웠다?

이_맞아요. 안 부러웠다면 거짓말이죠. 현재 유현이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하지만 저도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여느 때보다 몸 상태가 좋기도 하고요. 최근에 국가대표 예비명단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누가 ‘이제 정말 국가대표 꿈에 가까워진게 아니냐’는 말을 하더라고요. 그동안 부상도 잦았고 아직 대학에서 저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는데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한편으론 이 때 더 잘해야 진짜로 국가대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얻게 됐어요. 팀적으로 당연히 우승이 목표지만 올해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해서 태극마크 한번 달아보고 싶어요. 저도 유현이 뒤를 따라가야죠. 먼 훗날에는 둘이 같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보고 싶어요.

서_‘라이벌’은 팬들의 흥미를 더욱 돋우는 요소야. 물론 과열되지 않는 선에서 말이야.

이_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특히 재미, 흥행을 생각했을 때 중요한 요소예요. 그래야 대학농구 인기도 더 올라갈테고요. 마찬가지로 유현이와 저도 경쟁구도를 잘 이어가 대학은 물론 훗날 프로에 가서도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팬들께서 더 관심 갖고 좋아해주실거라고 생각해요.

서_고교 시절부터 스타성 기질이 다분하다는 평가를 들어왔어. 이런 평가를 들으면 어때?

이_이규섭 해설위원님이 작년에 중계를 하시면서 저를 보고 스타성이 뛰어나다는 멘트를 해주신 게 기억나요. 사실 선수의 겉모습만 보고 스타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워요.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이제는 진짜 농구를 잘해서 스타성이 뛰어나다는 소리를 들어보고싶어요. 저희 팀 1년 후배 (김)승우가 평소에 되게 까불까불한데 농구를 잘할 땐 그렇게 멋있어보일 수 없더라고요(웃음).

서_고학년이 된 만큼 책임감도 더 커질 법도 해.

이_이제는 제가 실수 하나 하면 타격이 두 배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코트 안팎으로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또, 4학년 형들이 2명 밖에 없어요. 저희 3학년이 가장 인원이 많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희 3학년 5명이 잘 뭉쳐서 형, 동생들을 잘 이끌어가야 해요. 1, 2학년 후배들도 더 다독여 원팀이 되게끔 만들어보고 싶어요.

서_대학교 입학하고 작년에 처음으로 정기전 승리를 맛봤어. 흔히 우승의 맛을 보면 그 맛을 계속 보고 싶다고 하잖아. 당연히 올해도 정기전 승리를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겠지?

이_연세대에 입학한 이상 정기전 승리가 1순위예요. 작년에 처음으로 정기전 승리를 맛봤는데 연세대 입학한 이후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어요. 선수들 뿐만 아니라 경기장을 빼곡히 채워주신 학우 분들까지 한마음이 돼서 이뤄낸 승리였잖아요. 정기전에서 승리를 맛본 건 인생에 있어서 엄청난 경험으로 남을 거예요. 작년에 한번 승리를 맛봤으니까 올해는 더더욱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커요.

서_농구적으로도 달라질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을까?

이_제가 살아남으려면 1, 2번을 다 소화할 줄 알아야 해요.작년에 팀 사정상 1번을 주로 소화했는데 스스로도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였어요. 올해는 1번 포지션에 (이)병엽이가 들어오고 또 (이)채형이가 복귀했기에 본래 포지션인 2번에서 제가 잘하는 것들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2번에만 아예 집중하는 건 아니에요. 채형이 몸 상태가 100%가 아니기 때문에, 채형이가 빠져 있을 때 1번 보조 역할을 하면서 같이 뛸 땐 2번으로서 제 장점들을 흔들어준다면 훨씬 더 재밌는 농구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서_어느 덧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야. 점프볼 잡지에 실리는 건 모든 아마추어 농구 선수들의 꿈이자 로망이잖아. 3년 전, U18 우승 트리오 인터뷰에 이어 이번에는 단독으로 점프볼 잡지에 실리게 됐어. 마지막으로 오늘 인터뷰 마친 소감을 들려줄 수 있을까?

이_어릴 때부터 점프볼 잡지에 실리는 선수들을 보면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번째로 실린 거잖아요. 또, 기자님이 기획하신 ‘대학농구 스타 만들기 프로젝트’ 1호로 선정돼서 너무 감사하고 큰 영광이에요. 동시에 자신감과 동기부여도 얻게 됐어요. 지금 농구를 한창 배우고 있는 초, 중, 고교 선수들이 대학까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학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선한 영향력을 보여 후배 선수들의 본 보기가 되고 싶어요. 또, 대학농구를 사랑하시는 팬들께도 매경기 무언가 설레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대학농구 많이 사랑해주세요.

BOX_다시 만난 이주영 <농구맨 서기자의 인터뷰 후기>

사실 이주영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가을, U18 아시아 대회 우승 3인방 이주영, 이채형, 강성욱과 매거진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후 3년이 흐른 지금, 당시 풋풋했던 10대 유망주는 어엿한 성인이 돼 프로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분명 똑같은 인물인데 많은 면에서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성숙미가 물씬 풍겼고 또, 안면이 있어서인지 확실히 인터뷰도 술술 잘 풀렸다. 인터뷰가 아니라 동네 형, 동생이 친근하게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나 역시 인터뷰하면서 정말 오랜만에 이런 느낌을 받아봤다. 이 맛에 아마농구 취재하나보다. 동시에 시작이 좋을 거라는 예감마저도 든다. 이 인터뷰 코너를 통해 대학농구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아 그리고, 이주영이 다음 인터뷰이도 추천해줬다.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실명은 거론하지 않겠다. 힌트는 이주영의 중학교 후배이자 지난 시즌 PO 4강전에서 역전 3점포로 연세대와 이주영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긴 주인공이다. 커밍쑨!

이주영 프로필_

2004년 3월 13일생, 가드, 189cm, 벌말초-삼일중-삼일고-연세대

#사진_박상혁 기자, 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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