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세상에 없어진 것 중 하나가 탐정이다. 언제부터인가 추리 소설이 사라진 것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인간의 직관이나 관찰력보다 과학 장비나 전문화된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일 것이다. 명탐정의 세계를 즐겁게 읽으며 커왔던 나로서는 아쉬운 일이다. 탐정의 지적인 두뇌 속으로 들어가 복잡한 사건을 함께 푸는 쾌락은 오직 이 장르만이 줄 수 있으니까.
그러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었다. 집시 마놀루가 공원에서 잘린 머리를 발견하면서 시작하는 안토니오 타부키의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는 우선 리듬감이 좋다. 이야기의 속도, 등장인물이 치고 빠지는 타이밍, 복싱경기를 연상케 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질 좋은 직물처럼 착 감기는데 통기성도 좋다고 할까. 나는 이 소설을 화창한 날 공원의 흔들 그네에 앉아 단숨에 읽었는데, 사건이 고조될수록 나도 모르게 발을 굴러 진동 속에서 읽고 있었다.

자극적인 사건에서 특종의 냄새를 맡고 파견된 기자 피르미누는 마약과 공권력이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중요한 증인도 확보한다. 증인을 변호해줄 사람으로 소설의 진정한 탐정이라고 할 수 있는 로톤 변호사가 등장한다. 그는 몰락한 귀족으로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언제나 약자들의 편에 서서 변호를 하는 사람이다. 엘리트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 피르미누와 염세적이면서도 정의로운 나이든 로톤 변호사, 이 둘이 콤비를 이루어 마침내 진실을 밝혀내기까지 독자는 매력적인 도시 포르투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 다 읽고 나니 추리 소설의 진짜 매력은 ‘추리’가 아니라 ‘추리를 하는 사람’, 즉 탐정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홈즈 시리즈의 매력이 런던 베이커가 221번지의 홈즈 자체이듯이, 이 소설에서도 두 인물의 개성이 독특한 빛을 발한다.
이 불완전한 세계 속에 벌어진 미스터리에 대해 진실을 유추해나가는 것. 탐정의 매혹은 거기에 있다. 명탐정들이 그립다.
김성중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