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보 감독’이지만 색깔이 분명하다. ‘용감한 야구’를 앞세운 이호준 NC 감독이 시즌 2경기 만에 첫 승을 올렸다.
NC는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KIA를 5-4로 꺾고 전날 개막전 패배를 갚았다. NC의 시즌 첫 승, 이 감독의 감독 부임 첫 승이었다. 자기 색깔을 확실히 드러내면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 감독은 시즌 전부터 ‘용감하게 야구하겠다’고 말해왔다. 이날 이 감독은 행동으로 약속을 지켰다. 5-3, 2점 차로 쫓기던 8회말 전사민을 올렸다. 전날 1점 차로 앞서던 8회 등판해 안타 2개, 볼넷 2개를 내주며 8실점 빌미를 남겼던 투수다. 이날 전사민은 KIA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앞서 7회초 공격 때 타선의 주축인 손아섭을 빼고 천재환을 대타로 낸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손)아섭이 타석이 끝나면 대수비를 넣으려고 했는데, 마침 왼손 투수(이준영)가 올라와서 한 타이밍 빠르게 대타로 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의 ‘용감한 야구’는 최대한 폭넓게 선수를 활용하는 야구다. 이 감독은 실적과 관계없이 현재의 컨디션과 기량을 최우선으로 두고 선수를 쓰겠다고 했다. 지난해까지 4년 통산 50이닝 등판이 전부인 전사민을 이번 시즌 8회 셋업맨으로 낙점한 건 지금 불펜 중에서 가장 구위가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단 1군에 올라 온 선수는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최대한 경기에 내보내겠다고 했다. 팀 전력 극대화는 물론 선수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천재환 대타 기용이 그런 경우였다.
승부처에 베테랑 대신 덜 알려진 선수를 내보내는 데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결과를 떠나 검증된 선수를 쓰는 게 일단은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베테랑 선수의 감정 또한 살펴야 한다. 이 감독은 천재환 기용에 대해 “왼손 투수 공을 칠 수 있는 우타자가 벤치에 여럿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못 쓰면 경기에 내보낼 타이밍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 아섭이한테 양해를 구했는데, 흔쾌히 받아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개막 엔트리에도 이 감독의 색깔이 묻어난다. 지난해 FA 잔류 계약을 맺은 좌완 필승조 임정호가 빠졌다. 대만 캠프 연습경기 때부터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러잖아도 좌완 불펜이 부족한데 임정호까지 2군으로 내리는 걸 두고 감독·코치 모두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100% 상태로 던지는 게 선수와 팀 모두를 위해 낫다고 판단했다. 역시 ‘용감한 야구’의 연장선상에 있는 선택이다. 이 감독은 임정호와 장시간 대화를 했고, 2군 경기에서 결과를 보인다면 빠르게 1군으로 복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시즌 2경기 만에 이 감독은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선수단 전체에 분명한 메시지도 전했다. 남은 142경기, 장기 레이스를 치르면서 끝까지 ‘용감한 야구’를 지켜가겠다는 게 이 감독의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