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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이 유럽에 배치된 전술핵무기 중 일부를 한국 내 기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며 아시아판 나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17일(현지 시간) 워싱턴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에 정몽준 안보학 석좌교수직을 신설하는 기념행사에서 "오늘날 미국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에 100여 개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며 "유럽에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안보 상황이 더 심각한 한반도에는 배치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제는 이러한 무기 중 일부를 한국 기지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1년 러시아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유럽에서 1만 개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고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한국에 있던 100여 개를 포함해 태평양 지역에서 1200여 개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아산플래넘2024 환영사에서도 “(한국도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기반 마련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어느 날 멕시코 대통령이 ‘멕시코는 신과 너무 멀고 미국과 너무 가까워서 큰 문제다’라고 말했고 나중에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신과 매우 가깝지만 미국과 너무 멀어서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기독교인이 매우 많은 나라로 신과 가깝기는 하지만 중국과 너무 가깝고 러시아와도 너무 가까운 반면 미국과는 너무 멀어서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10년 간 중국은 일본, 필리핀, 호주, 캐나다에 경제적, 외교적 강압을 행사했다”며 "한국 역시 2016년 북한의 핵, 미사일 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했다는 이유만으로 위기를 겪었다"고 짚었다.
정 이사장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전문가들과 지도자들이 아시아의 집단 안보 체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며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들도 북한, 중국, 러시아의 군사적 모험주의를 억제하기 위해 결연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우리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필요하다. 이를 인도-태평양 조약기구(IPTO)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심축과 바큇살 동맹체제 내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등 동맹국은 바큇살 간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며 "또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과 같은 중요 파트너들과의 협력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이사장은 "이는 주권 국가의 봉쇄나 정권 교체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며 "우리가 강압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게 인도-태평양 지역 모든 국가들의 주권의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우리는 계속 공존하고 경제 관계를 유지하며 전면전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정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조선업 협력에 관심을 표명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미 해군 함대를 더 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이 공동의 노력에 많이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