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야, 미안하다…혐오와 불신, 고집, 이기심이 공동체를 잠식한 한해를 마감하며

2025-12-30

2025년 한국프로축구는 고통스러운 한 해였다. 골보다 말이 앞섰고, 전술보다 태도가 논란이 됐다. 경기장은 열려 있었지만 마음은 닫혀 있었고, 축구는 치열했지만 공동체는 무너져 내렸다. 이해하려는 태도는 사라졌고, 분노는 쉽게 확산했다. 누군가는 혐오를 쉽게 던졌고, 누군가는 불신을 정의처럼 휘둘렀다. 각자 억울함은 커졌지만, 그것을 조정하고 중재해야 할 단체는 없었다. 축구를 비롯한 단체 종목의 핵심인 질서, 존중, 합의, 양보 등의 최소선이 곳곳에서 무너졌다. 이 모든 장면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사람을 잃고 공동체 의식을 잊은 해였다.

가장 뼈아픈 장면 중 하나는 인종차별에 대한 몰이해였다. 오늘날 스포츠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인종차별은 의도가 아니라 효과로 판단된다. 상처를 받은 사람이 존재한다면, 의도와 상관없이 차별로 간주하는 게 국제적 인식 수준이다. “의도가 없었다”고 말은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런 글로벌 무대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외면한 채 자기 해석, 자기 주장만 고집하는 행위는 전근대적이었다. 심판과 팬 사이 갈등 증폭을 최소화하고 감정의 골을 조절 또는 정리해야하는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은 손을 놓았다. 구단 또한 공동체 의식, 동업자 의식을 버렸다.

심판 혐오의 확산 역시 2025년을 병들게 했다. 판정은 틀릴 수 있다. 화가 나고 이해하기 힘들어도 틀린 판정을 받아들이는 문화는 사라졌다. 판정 하나에 모든 실패를 떠넘기고, 심판을 공공의 적으로 설정하며 분노를 결집하는 방식은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존중은 사라졌고 해석의 영역인 축구에서 흑백논리, 아전인수, 내로남불만 남았다. 심판의 역량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심판은 판정 역량을 강화하면서 고집,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동시에 심판 육성에는 관심이 전혀 없이 심판을 희생양, 마녀사냥하는 식으로 비난하는 방식은 더 큰 갈등과 더 깊은 불신을 낳았다.

지도자와 선수단 사이 갈등도 공동체 붕괴를 상징했다. 일방적인 리더십, 면피성 침묵 속에 쌓여온 불신, 리더의 소통 없는 권위와 팔로어의 감정적 대응이 충돌하며 팀은 와해했다. 감독은 말로 대응했고, 선수는 행동으로 맞섰다. 구단은 중재에 실패했고, 팬은 피로해졌다. 전술이나 성적 문제만은 아니었다. 신뢰가 무너진 조직에서는 백약이 무효임이 다시 확인됐다.

일부 서포터스의 과도한 행위 역시 축구를 아프게 했다. 사랑, 충성, 보호라는 이름으로 ‘선’을 넘는 순간, 적대적인 목소리는 응원이 아닌 폭력으로 비화했다. 팀보다 특정 개인이 앞서고, 비판이 압박으로 바뀌며, 집단의 분노가 정의인 양 포장됐다. ‘12번째 선수’라는 말은 책임을 포함한 개념이다. 그러나 일부 팬은 동반자가 아니라 또 하나의 권력처럼 행동했다. 그들이 보인 행위는 지원자 그룹(팀 서포터스)이 아니라 팬클럽과 같았고 팀을 위한다는 명분 뒤에 숨어 압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서포트라는 단어의 뜻을 망각한 인플루언서와 흡사했다.

스포츠는 독점 산업이 될 수 없다. 스포츠 생태계는 내 팀만으로는 존재할 수 없다. 상대가 있어야 경기가 되고, 상대들이 많아야 대회도 한다. 그래서 스포츠에서 상대는, 스포츠에서 모든 이해 관계자들은 경쟁자인 동시에 동업자다. 선수, 지도자, 심판, 구단, 팬, 미디어까지 모두 일정 부분 양보하고 협력해야만 축구는 산업이 되고, 문화가 된다. 2025년 K리그는 그 기본 원칙을 너무 자주 잊었다. 이 시즌을 돌아보며 가장 먼저 떠올라야 할 말은 존중과 사과가 아닐까. 심판에게, 상처받은 선수와 감독에게, 침묵 속에 떠난 팬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축구 그 자체에게 말이다.

“너는 사람을 잇고 서로 이해하게 만드는 존재인데 우리는 너를 사람들을 갈라놓고 갈등과 불신을 초래하는 도구로 썼다. 축구장은 혐오를 쏟아내는 싸움장이 되고 말았고. 축구야, 미안하다.”

올해 고생한 축구가 내년에는 조금이라도 잘 지내기를 바란다면, 그 출발점은 공동체 의식, 동업자 의식의 복원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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