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대기업들의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이 고객 불만 분석에 특화된 자체 AI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우며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단순 자동화를 넘어, 고객 접점에서 실질적 문제 해결까지 AI의 실무 적용 범위를 넓히며 유통업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핵심은 자체 개발한 고객 응대 시스템 '인사이트 랩스(Insight LABS)'다. 현대백화점은 그룹 ICT 계열사 현대퓨처넷과 함께 2년간 고객 응대 이력 7만여건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인사이트 랩스는 고객이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의견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민감도와 중요도를 판단하고, 이를 300여개 항목으로 세분화된 유형에 따라 자동 분류한다. 식품 위생이나 안전사고 등 즉시 대응이 필요한 컴플레인은 담당자에게 경고 알림과 함께 해결 가이드를 제시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 도입 이후 고객 불만 처리 시간은 평균 30% 단축됐고, 유사한 문제의 재발률도 15%가량 줄었다. 회사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중요도가 높은 불만 접수 건에 한해 내부 대응 원칙을 기존 '24시간 이내 응답'에서 '접수 당일 조치'로 전환했다.
현대백화점은 AI 기술을 고객 응대를 넘어 마케팅 전반으로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AI 카피라이터 '루이스'와 생성형 이미지 도구 '원스텝'이다. 루이스는 입력한 키워드 기반으로 행사나 브랜드에 맞는 광고 문구를 10초 이내에 자동 생성, 과거 2주 이상 걸리던 제작 기간을 하루 안팎으로 단축시켰다.
원스텝은 자이언트스텝과 협업해 도입한 광고 이미지 자동 생성 툴이다. 사용자가 키워드와 분위기를 입력하면 관련 시각 자료를 즉시 제작해주며, 실제로 더현대닷컴에 적용된 이미지의 클릭률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은 현재 온라인 광고 디자인에 집중 활용 중이며, 오프라인 행사 비주얼 제작에도 도입을 확대할 예정이다.
고객 상담 외에도 매장 안내와 응대 영역에서도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AI 챗봇 '젤뽀'를 통해 주차 정산, 주문 확인 등 단순 문의를 24시간 자동 응대하고 있으며,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함으로써 상담 인력이 고난도 민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검색 로봇 '스텔라V'와 외국어 AI 안내 서비스 'AI휴먼'도 시범 도입됐다. 스텔라V는 고객 시선에 반응해 움직이고, 매장 위치를 안내하며, 제스처 인식 기능으로 브랜드 추천까지 제공한다. AI휴먼은 영어·중국어·일본어로 실시간 응대하며, QR코드 스캔만으로 가상의 점원이 행사·매장 안내를 음성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회사는 기술을 모든 영역에 일괄 적용하는 대신, 업무별로 특화된 솔루션을 선택적으로 배치하는 '실전형 접근법'을 선택했다. 고객 응대에는 인사이트 랩스, 마케팅에는 루이스와 원스텝, 외국어 안내에는 AI휴먼 등 각 기능에 맞는 기술을 도입해 실효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광고 영역에서는 AI 기반 리스크 검수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광고 문구 내 사회적 민감 표현이나 법적 문제 소지가 있는 문장을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해,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광고 심의 환경에서 리스크 관리에 기여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도 디지털 전환은 핵심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2020년부터 DT추진실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디지털 문화와 AI 이해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현대퓨처넷은 AI랩을 통해 50여 개의 생성형 AI 기반 솔루션을 개발·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AI는 단순한 자동화 수단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전략적 도구"라며 "현장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술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을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