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생각이 옳은지 아니면 그른지를 무엇을 근거로 판단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오랜 옛날부터 던져졌다. 가령 공자는 말과 행실의 일치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사람이 늘 말한 대로 행한다면 그 사람의 생각에는 거짓이 없다고 믿었다. 언어는 생각의 집이기에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미더운데 생각이 미덥지 않을 수 없다고 여긴 결과다.
제자백가의 하나인 묵자는 한결 구체적으로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모두 세 가지다. “첫째, 성현들의 사적과 부합하는가? 둘째, 사람들 다수가 그렇다고 여기는가? 셋째, 국가와 사회에 쓸모가 있는가?”
첫째는 자신의 생각을 사회적으로 공인된 지혜로운 자를 통해 검증함을 말한다. 오늘날로 치자면 전문가 등을 통해 자기 생각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자기만, 혹은 소수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를 검증한다는 것이다. 요새로 치면 다중지성을 근거로 자기 생각을 짚어보는 방도이다. 셋째는 나의 생각이 사회적으로도 유의미한지를 검증하는 것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지 말자는 정신의 소산이다.
당시의 문명 수준을 감안하면 이렇게 자기 생각을 검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인터넷은 고사하고 책도 쉽게 구할 수 없던 시절, 성현의 사적과 부합하는지를, 다수의 사람들 생각과 어긋나지 않는지를 짚어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기 생각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자기 생각을 검증하지 않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나 늘 자신보다 센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실력이 또 권력이나 재력, 완력 등이 센 사람들과 한 사회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 옛날이든 지금이든 우리 인간들의 운명 아닌 운명이다. 따라서 자기 생각을 검증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남을 위해 자기 생각을 검증하는 게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해 검증하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는 절대로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생각을 검증하지 않아 야기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 자기 생각만을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더러 어리석고 미련하다고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