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열풍? 성장 멈춘 C커머스, 한국 직접 진출 반전 노린다

2025-03-21

C커머스 공습 1년

직장인 심지혜(44)씨는 최근 중국의 한 이커머스(인터넷 쇼핑몰)에서 바지를 하나 샀다가 실망했다. 국내의 다른 이커머스에서 팔고 있는 상품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가격이 훨씬 저렴했고, 일주일이면 받아 볼 수 있다고 해 구매를 결심했지만, 엉뚱한 치수의 바지가 도착했다. 배송도 20여 일이나 걸렸다. 심씨는 곧바로 반품 요청을 했지만, 상품을 어디로 어떻게 반품하라는 안내조차 없다가 일주일 뒤 반품 기한이 종료돼 ‘구매 확정’ 처리가 됐다는 메일이 왔다. 심씨는 “가격이 싼 맛에 몇 번 이용했는데 배송이나 환불 처리 시스템이 너무 엉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심씨처럼 중국 이커머스를 통한 직구 상품의 오배송·환불 불가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네이버 아이디 ‘교**’는 1일 “A사에서 두 개의 제품을 구매했는데 받아보니 하자가 있었고, 두 제품 모두 반품을 했는데 한 개 제품만 환불 처리가 됐다”며 “고객센터에 5번 넘게 문의를 해봤지만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유로 나머지 제품은 환불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부품을 구매했다는 아이디 ‘글**’ 역시 “부품이 하나 누락돼, 배송 온 그대로 반품을 보냈는데 물건 누락이라는 황당한 이유를 들며 환불을 거부했다”고 적었다.

알리, 1000억대 마케팅 비용 쏟고도 고전

‘알리깡’ ‘테무깡’과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인기였던 알리익스프레스(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China와 이커머스의 합성어) 성장세가 주춤하다. 이용자 수가 정체 상태에 빠지면서 한때 태풍인 줄 알았던 C커머스 열풍이 미풍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초저가’를 앞세워 블랙홀처럼 국내 소비자를 빨아들였지만, 가격이 싼 대신 품질과 서비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포브스코리아·아이지에이웍스가 알리·테무 앱의 월간 이용자 수(MAU)를 조사한 결과 알리는 지난해 3월 6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정체 상태를 보인다. 계절적 성수기인 연말 이용자 수가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곧바로 꺾였다. 알리보다 국내 진출이 늦었던 테무는 지난해 4월 693만 명을 기점으로 줄곧 감소세다. 쇼핑이 늘어나는 연말 이용자 수도 626만 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이커머스인 쿠팡 앱의 MAU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인 것과는 대비된다.

이 같은 흐름은 결제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쿠팡의 카드결제 추정액은 3조2300억원으로 전체 10개 이커머스 중 1위였다. 알리는 1133억원으로 9위에 머물렀다. 특히 11월과 비교하면 쿠팡은 3% 늘어난, 반면 알리는 42% 감소했다. 이용자 수가 반짝 증가했던 지난해 11월 알리의 카드결제액은 1962억원으로 전체 이커머스 결제액의 3.36% 수준이었다. 같은 달 테무의 카드결제액은 417억원으로 전체의 0.71%. 두 회사의 수치를 더해도 4.07%에 불과하다. 알리·테무의 결제 금액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1월(1.6%) 대비 2배 이상 성장하긴 했으나,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초저가 등 가격에만 초점을 맞춘 마케팅이 배송 역량과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트렌드와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가 C커머스에 주목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국내 이커머스와 비교하기 어려운 초저가와 다양한 상품이다. 국내 이커머스에서 1만~2만원대였던 생활용품을 알리·테무에서는 3000~4000원에 판매했다. 저렴한 수준을 넘어 ‘초저가’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C커머스로 몰려들었다.

신뢰도, 9개 이커머스 중 테무·알리 8·9위

특히 다양한 상품 구성은 소비자에게 쇼핑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한때 유튜브 등 SNS에서는 알리·테무 상품을 구매해 리뷰하는 이른바 ‘알리깡’ ‘테무깡’이 주요 콘텐트로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유해성분이 기준치를 초과한 제품이 잇따라 적발되는 등 상품성에 문제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관세청은 지난해 중국 직구 제품 중 어린이용품·잡화·화장품 등 1401종을 분석해 유해 제품 198종을 적발한 바 있다. C커머스 판매 제품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끊이지 않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C커머스의 1915개 제품에 대해 위해 제품 판매차단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안전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신학기를 맞아 C커머스에서 판매한 학용품 16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에서도 7개 제품에서 국내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물질이 나왔다. 이 외에도 해외에서 리콜된 제품을 판매한다든지, 짝퉁을 버젓이 유통하기도 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C커머스에서 판매한 짝퉁 상품이 5500건 이상 적발됐다.

사후관리도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하반기 미래소비자행동과 함께 해외 이커머스에서 판매되는 의류 100건을 조사한 결과 AS 책임자 정보와 연락처가 있는 상품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제조국 표시가 없는 사례가 80건, 제조 연월이 없는 사례는 98건이었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유해 제품을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C커머스에 대한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4명을 대상으로 ‘가장 신뢰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9개 이커머스 가운데 테무(8위·2.3%)·알리(9위·1.4%)가 최하위를 기록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이 C커머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품 품질에 대한 만족도는 20%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C커머스 이용자가 쪼그라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경영연구소장은 “위해성 논란으로 이용자 확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고물가 시대인 만큼 기존 이용자가 저렴한 가격의 C커머스를 이탈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C커머스가 한국 셀러(이커머스 판매자)를 통해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지난해 알리가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한 데 이어 최근 테무가 한국 셀러 모집에 나섰다. 한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을 한국에 파는 것과 자본을 투입해 한국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건 다른 문제”라며 “후자인 지금이 훨씬 더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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