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전국 대학들의 등록금 평균 인상률이 5%를 넘었지만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효과를 체감하긴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중엔 등록금 수입이 늘었지만 교육비 투자는 오히려 줄인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적립금 상위 30개 대학 2025회계연도 예산서’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일부 대학은 등록금 수입이 늘어났는데도 교육비 투자나 교내 장학금 확충이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국 대학 65%가 학부 등록금을 인상했다. 평균 등록금 인상률은 5.04%에 달한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에서 국가장학금 2유형분을 지원받지 못 하기 때문에 ‘등록금 인상분으로 자체 장학금을 확충해 보전하겠다’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전부 보전하기 어렵다고 밝히거나 구체적인 보전 방안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는 올해 등록금을 3.1% 인상했지만 교내 장학금은 전년 대비 0.66%만 올렸다. 교내 장학금과 시설관리비 등을 포함한 교육비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1.64% 줄어들었다. 등록금을 4.9% 인상한 성균관대는 등록금 수입이 168억원가량 증가했지만 교육비 투자는 68억7400만원 올라 증가율이 1.3%에 그쳤다. 성균관대는 지난해 국가장학금 2유형 명목으로 국가에서 지원받던 41억원가량을 올해 못 받게 됐지만 교내 장학금은 33억700만원만 늘렸다.

중앙대는 등록금 수입이 35억원 이상 늘었지만 교육비 투자가 192억원 줄어들었고 이 중 교내 장학금은 71억원 감소했다. 중앙대 관계자는 “국가장학금 2유형을 못 받게 된 데다 외부에서 지원받는 장학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70억원 정도를 (교내 장학금 예산에) 적게 잡아둔 것”이라며 “외부 장학금이 확정되면 추가경정예산으로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내 장학금은 늘렸더라도 전반적인 교육비 투자는 많이 늘지 않아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 효과를 체감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려대 문과대 재학생 김모씨(21)는 “개강 이후 수업의 질이나 학교 시설, 만족도가 확실히 높아졌다고 느껴진 못한다”면서 “학교는 물가 인상 등을 근거로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하지만 왜 보유하고 있는 적립금을 활용한 투자는 늘리지 않으려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고려대는 등록금 5%를 인상하면서 교내 장학금을 11.08% 늘렸지만 교육비 투자는 오히려 0.98% 줄였다.
교육부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대학들 정보공시 기일까지 등록금 인상분 활용 계획을 살펴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상당 부분 장학금으로 ‘국가장학금 2유형분’을 보전하거나 학생들과 협의해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대학들이 정보공시 전까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출할 의무는 없다. 교육부의 모니터링이 상황 파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인상분 활용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학생들은 대학이 실제 계획을 이행하는지 견제하거나 감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학교 측이 등록금 인상 결정 이후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총장이 바뀐 이후 학교 측 회신이 없어 인상분 활용 계획이나 적립금 활용 방안에 대해 더 논의된 부분이 없다”며 “등록금 인상 전부터 사립대학 법인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교육부가 대학을 상대로 좀더 강력한 방침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을호 의원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 중 상당수가 교육비나 장학금으로 제대로 환원하지 않고 있다”며 “등록금 인상이 학생들을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