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설계자들
미국발 관세전쟁이 한창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세계 무역의 판을 바꾸는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설정된 8월 1일 협상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트럼프의 뒤에는 고율 관세를 중심에 놓은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경제정책 설계자들이 있습니다. 워싱턴특파원을 지낸 박현영 경제선임기자가 논문과 저서, 인터뷰, 대담, 청문회 증언 등을 분석해 트럼프 경제팀의 생각을 들여다봅니다. 이들이 궁극적으로 미국을 어떻게 이끌려는 것인지 짚어보면 한국의 살길, 그리고 투자 방향이 보입니다.

“10년 전 우리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우리 경제에 유익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클린턴 당시 대통령, 부시 대선 후보, 앨런 그린스펀을 비롯해 의회 상임위 주요 위원장들도 중국의 가입은 미국 무역적자를 낮추고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하이테크 산업을 도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0년 6월 9일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청문회장. 워싱턴에서 30년 넘게 활동해 온 통상 전문 변호사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증인으로 출석해 열변을 토했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성과를 검토하는 자리였다.
“클린턴은 ‘100대 0의 완승’ 딜이라고도 했습니다. (중략) 하지만 이후 대중 무역적자는 840억 달러에서 2270억 달러로 3배 뛰었습니다.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 3분의 1에 이르는 560만 개가 사라졌습니다. 공장 4만2000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청문회 기록에 따르면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이 오판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무역은 유익하다는 종교 같은 믿음이 팽배하던 시절, 그렇지 않다고 공개 주장을 펴는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명이었다.
하던 대로 하면 앞으로 미국 노동자들에게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법으로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제안했다. 청문회 종료 후 몇몇 의원은 다가와 들어본 중 가장 중요한 증언이었다고 인사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