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GO] 시각장애인의 생활 동반자 ‘안내견’ 더 가까이 만나요

2025-04-02

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길에서 문득 만날 수 있는 안내견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안내견학교를 찾아가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자원봉사·은퇴견 분양신청까지 우리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생각해 보세요.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가다

사람들은 개를 삶의 동반자로 선택하고 희로애락을 함께한다. 반면 선택이 아닌 필요에 의해 개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신체 활동이 불편한 장애인,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안내견은 없어서는 안 될 꼭 필요한 존재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행을 돕기 위해 훈련된 장애인 보조견을 말한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보행 선택폭을 넓혀줄 뿐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함께해 그들이 스스로 독립된 삶을 꾸려나가며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생활의 동반자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만연한 편견과 여러 제약 사항은 안내견과 시각장애인의 아름다운 동행에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간혹 뉴스를 통해 시각장애인과 안내견 출입을 금지한 식당이 화두에 오를 때 반짝 화제가 되는 정도다. 우리는 안내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안내견은 어떻게 양성되고, 안내견을 만났을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며, 안내견에 대한 오해는 없는지,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 인근에 있는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찾아 안내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번식 업무를 담당하는 장바론 프로가 “세계안내견협회에 정회원으로 등록된 건 우리나라에서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유일해요. 삼성의 사회공헌활동이죠. 국내 활동하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대부분 여기에서 양성됐다고 생각하면 됩니다”라고 소개했다. 안내견 훈련사뿐만 아니라 많은 자원봉사자의 참여와 노력이 있어야만 좋은 안내견을 양성할 수 있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번식되는 강아지들은 가장 적합한 성품과 건강상태를 지닌 종견과 모견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1년에 50마리 정도죠.” 태어난 예비 안내견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보살핌을 받고 생후 8주가 되면 자원봉사자의 가정에서 1년 동안 머물며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거나 인근 마트에 가며 일상생활의 여러 상황을 경험하는 ‘퍼피워킹’이다. 이를 돕는 자원봉사자를 퍼피워커라 한다.

안내견 훈련 과정은 배변·식사와 같은 기본훈련부터 복종훈련, 위험대비훈련까지 다양한 상황에서의 보행 및 교통훈련으로 구성된다. 장애물이나 위험상황을 인지해 주인의 명령과는 관계없이 안전한 방향으로 행동하게 하는 불복종훈련도 한다. 통과 비율은 30% 정도. 10마리 중 3마리만 정식 안내견이 되는 셈이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견사를 둘러보러 간 소중 학생기자단은 벽에 제1대 종모견으로 활동하며 대를 이어준 개들의 사진이 걸린 것을 유심히 살펴봤다. 견사는 안내견 훈련을 받다가 적합하지 않아 그만둔 개가 있는 일반 견사와 안내견 훈련을 하는 훈련 견사로 나뉘는데, 일반 견사에서는 멍멍 짖는 소리가 들리고 훈련 견사에서는 연신 꼬리만 흔들 뿐 어디에서도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훈련견이 지내는 견사는 온돌바닥을 갖추거나, 일상 소음에 적응하라고 TV를 틀어놓는 등 안내견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실제 가정과 비슷한 환경을 갖췄다.

목욕 후 드라이기로 털을 말려도, 드라이룸에 들어가도 얌전하게 짖지 않는 모습이 기특했다. 견사 안에는 안내견 조끼와 하네스(안내견과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손잡이가 달린 가죽 장구) 등을 보관하는 장구실과 관절이 안 좋은 안내견이 수중 재활 및 목욕하는 수영장도 있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는 ‘리버’와 만났다. 리버는 시범견으로 활동하다가 은퇴한 강아지다. 하 프로가 “강아지 만질 때는 뒤에서 다가가면 안 돼요. 누가 갑자기 머리 만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안 좋죠. 앞에서 먼저 손등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서 경계심을 풀어준 다음 만지세요”라고 팁을 알려줬다. 학생기자들이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하자 리버가 꼬리를 신나게 흔들었다. 경계심이 사라지면 만져도 된다.

리버와 교감한 뒤 바깥으로 나가니 넓은 잔디밭의 운동장이 갖춰져 있었다. 견사에서 운동장까지 문을 열어주면 한 번에 나올 수 있어 훈련견들이 놀고, 여러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리런’ 시간을 준다고 한다. 세상을 떠난 안내견들을 추모하는 추모 공원도 마련됐다. 추모비에는 지금까지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거쳐 안내견으로 활동한 뒤 세상을 떠난 모든 안내견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도 같이 추모할 수 있게 점자 명패도 함께였다. 장 프로가 “안내견이 죽으면 화장한 다음, 퍼피워킹 가정, 파트너였던 시각장애인, 은퇴한 경우에는 은퇴견 홈케어 가정까지 다 모여서 추도식을 하고 명패를 붙여줘요”라고 설명했다.

동물병원에선 김승호 수의사가 반갑게 맞아줬다. “훈련견·안내견·은퇴견까지 아프면 치료하는 곳이에요. 오전에도 시각장애인분이 안내견 검진을 받으러 왔죠.” 진찰실엔 혈액 검사 장비도 있고 관절 질환 등을 검사하기 위한 엑스레이실도 보였다. “개들에게 있는 유전적 문제부터 항상 관리하기 때문에 일반 가정에서 사는 래브라도 리트리버보다 관절 질환이 없어요.”

수술실에서는 대부분 중성화 수술이 이루어지는데, 입원실에는 오늘 오전에 수술한 안내견이 쉬고 있었다. 인공수정실에는 아빠 개의 정자를 얼려놓은 동결 정액을 보관한다. 근친교배를 방지하고 좋은 품종을 교배하기 위해 세계안내견협회에서 정액을 받기도 한다고 했다. 우수한 안내견을 양성하기 위해선 교육뿐 아니라 우수한 종견과 모견을 통한 혈통 관리와 번식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안내견 체험 시범장으로 향했다. 바닥에는 지그재그형, A자 프레임, H자 프레임, 계단 등의 가상 장애물이 있었다. 장 프로가 안내견임을 알리는 노란색 조끼와 하네스를 착용한 지니를 데리고 왔다. “시범견으로 활동하는 지니는 올해 다섯 살인 예쁜 여자아이랍니다. 제가 한 바퀴 도는 것을 보여준 다음 체험을 해 볼 겁니다. 체험을 끝낸 후에는 지니에게 잘했다고 피드백을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안내견은 칭찬을 먹고 살아요. 의무감이 없고 그냥 사람하고 걷는 게 재밌어서 걷는 거예요. 잘했다고 하면 또 하고 싶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한 명씩 보행 체험을 해봤다. 안대로 눈을 가리고 인도 한가운데 서니 아무것도 안 보이고, 덜컥 겁이 난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는 지니뿐. 지니의 오른쪽 다리 옆에 한 뼘 정도 공간을 두고 선 다음에 하네스를 붙잡고 지니를 믿고 따라가야 한다. “생각보다 빠를 거예요. 내가 걷는 속도의 1.5배 빠르게 걷는다 생각하고 걸으면 지니랑 속도가 맞을 거예요.”

잔뜩 긴장한 손으로 하네스를 꽉 쥐고 “지니야 앞으로 가”라고 말하자 슬슬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지니의 속도는 다소 빨랐지만 몸을 의지해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발에 다른 감각이 느껴져서 흠칫했지만, 지니를 신뢰하고 자신 있게 나아간다. 능숙하게 길을 안내하던 지니는 중간에 장애물이 포착되자 슬쩍 피해 계속 걸었다. 지니가 밀면 자연스럽게 밀리면 된다. 계단에 다다르자 잠시 멈춰 파트너가 손잡이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손으로 계단 난간을 짚어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발을 올리자 지니도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평지를 빠르게 걷던 것과 달리 배려하는 것이 느껴진다. 계단을 내려갈 때도 마찬가지.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구간이었지만 지니에 의지하니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못한다. A자·H자 프레임 등의 장애물은 지니 혼자라면 통과할 수 있지만 파트너를 생각해서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덕분에 무사히 원래 시작점에 도착했다.

체험이 끝난 후 지니에게 사료 선물을 주고 하이톤 목소리로 “옳지, 잘했어” 폭풍 칭찬을 해줬다.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어려움과 안내견의 필요성을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는 체험이었다. 장바론 프로는 안내견 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묻는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답했다. “오늘처럼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너무 좋고요. 오늘 안내견이나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도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거 알게 됐잖아요. 혹시나 거부당하고 있는 강아지를 본다면 목소리를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보조견 표지가 있는 안내견은 어디든 갈 수 있다”라고 한번 얘기해 주세요.”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학생 단체 견학 신청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 장애인식개선교육 및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 신청요건

1. 교육 대상: 40명 이하로 구성된 초4학년 이상·중·고등학교 1개 학년/반(15명 이상), 학교 단체 외 개별 신청은 불가합니다.

2. 교육 시간: 매주 화~목, 오전 10시(소요시간 60~90분), 안내견학교의 사정에 따라 일정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 교육내용

1. 안내견의 양성 과정

2. 장애인식개선 교육 및 안내견 에티켓 교육

3. 안내견사 견학

4. 시범을 통한 안내견의 보행 원리 학습

* 신청방법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홈페이지(www.guidedog.co.kr/) 견학 신청에 들어가서 방법을 숙지 후 신청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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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삼성화재안내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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