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가 심상치 않다. USIM(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은 스마트폰이 누구 것인지를 알려주는 인증카드로, 우리는 금융거래나 메신저 채팅, 택시를 부를 때도 이 얇은 칩 하나로 자신을 증명한다. 일종의 모바일 신분증이다. 이번 해킹으로 유심 스와핑을 통한 금융사기 우려가 제기되니 ‘탈 SK텔레콤’ 바람이 거세다. 아직 피해 사례가 없는데도 ‘탈출은 지능 순’이라며 이미 9만 명이 통신사를 옮겼고, SK텔레콤 주가는 폭락 중이다.
디지털 사회에 대한 불신도 불붙었다. 유심보호 서비스에 가입하면 안전하다고 하나, 유심이 뚫렸으니 이미 다 뚫린 거라고도 한다. 실체는 여전히 모호하다. 해킹 주체가 누군지 모르니 의도도 모른다. 이 논란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금융계좌까지 비대면 개설이 자연스러워졌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용자는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 있는 기반은 과연 믿을만한가.
2일엔 구인·구직 플랫폼 알바몬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팬데믹 이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급진전된 디지털 인프라를 다시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