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가수 강남의 유튜브에 흥미로운 클립이 올라왔습니다. 오전 11시 일본에 가서 4시간 동안 우동만 먹고 당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그가 다녀온 곳은 일본에서도 우동으로 유명한 가가와현으로 500개가 넘는 우동집이 있다고 합니다. 다카마쓰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쉴 새 없이 이동하며 우동만 다섯 끼를 해치우고 온 그의 동영상은 이미 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동영상을 보며 예전 읽었던 에세이가 떠올랐습니다. 가가와의 우동 이야기를 처음 본 것은 1990년대였습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글 중 바로 그 우동 투어가 있었습니다. 한 잡지의 기획으로 그 당시에도 우동으로 유명했던 가가와현을 방문한 하루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동을 먹는다는 현지 사람들의 열정에 놀라며 그곳에서 우동만 먹은 자신의 경험을 글로 알렸습니다. 당시 그 에세이를 읽으며 “뭐 이런 흥미로운 고장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이번에 다시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일 우동 먹방 조회수 100만
N차 방문, 현지 삶 체험 인기
우리도 일상의 매력 찾아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가와현 사람들은 그때도 지금도 역시 고장의 우동을 매일 먹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늘 먹고 있는 것을 먹고 싶기에, 먼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곳을 방문합니다. 이렇듯 자신이 먹는 것을 상대에게 권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매일 열심히 만들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감동스러운 공감의 출발점입니다.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인구가 늘지 않고, 젊은 인구가 일자리와 문화를 찾으며 더 큰 도시로 이동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똑같이 겪고 있는 어려운 현실입니다. 떠나간 인구가 소도시로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것은 어려워지며, 두 나라 모두 관광객 수를 늘려서라도 지역을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늘어나 교류하는 것이 지역 생존의 희망이 되며 두 나라는 각자 궁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2015년 2000만 명도 안 되던 관광객 숫자를 2030년까지 60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2016년 발표하고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 올해는 40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방문할 것이라는 결실의 소식이 들려옵니다. 2000만 방문객도 아쉬운 우리는 그들보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 일본에 다녀온 한국인의 수는 882만 명에 달합니다. 몇번이고 방문하는 N차 방문자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한 번 가서 그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방문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큰 도시뿐 아니라 작은 도시로 발길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보기 위한 방문자들의 관심의 변화는 눈여겨보아야 합니다. 한국의 여행사들이 팔고 있는 여행상품 중에서도 가가와현의 우동투어가 많이 보입니다. ‘소도시 여행, 우동 투어’로 시작하는 상품의 이름에서 우리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지역의 도시들이 해야 할 일은 남들이 이미 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없는 것을 하는 것입니다. 특별한 일 없이 우동 먹으러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가가와현의 일상적 매력은 우리의 도시들에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가와현이 우동을 판다면 제주는 고기국수를 파는 것이 어떨까요? 아니면 대전의 칼국수와 부산의 돼지국밥은 어떨는지요? 부산에는 742개의 국밥집이 있다고 부산일보가 전하고, 대전시에는 727곳의 칼국수집이 있다고 대전 세종연구원이 말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도시들도 고유한 삶을 우직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흑백 요리사’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미식 콘텐트가 관광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물건은 사면 되고 드라마는 보면 되지만, 음식은 먹기 위해 반드시 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콘텐트를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가 주목받으면, 직접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만약 그분들이 관광객만을 위한 식당에서 품질이 낮은 음식들을 경험한다면, 심지어 바가지 씌운 터무니 없는 가격에 실망한다면 그 나쁜 경험이 전파되며 어느 누구도 우리나라에 다시 방문하지 않을 것입니다.
“식사하셨습니까”가 평소 인사로 쓰일 만큼 먹는 것을 중시하던 우리의 풍속을 이 땅을 찾은 이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배려하기를 희망합니다. 자신이 먹으려 준비하던 밥이라도 정성스레 새로 내고 잘 익은 포기김치라도 썰어 함께 나누던 우리네 인심은 먹는 것에 인색하게 굴지 않았습니다. 내가 먹는 것을 내어주고, 감동한 이들이 다시 찾는 정다운 정경을 그려봅니다.
우리의 작은 일상, 로컬이 바로 글로벌이 되는 세상입니다.
송길영 Mind Mi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