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 팔 끼었던 매몰자 주검으로...거수경례로 보내는 구조대원들 (11월 10일)

지난 6일 오후 발생한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의 매몰자 구조·수색 작업이 주말 내내 이어졌습니다. 9일 기준 매몰된 노동자 7명 중 3명의 시신이 수습됐습니다.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 해체공사의 공기는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발전사가 작성한 문서에는 사고가 발행한 보일러동 철거의 종료 시점은 ‘2025년 4월’로 명시돼 있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난 6일은 발파작업에 앞서 타워 기둥을 자르는 취약화 작업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10일 월요일자 1면 사진은 9일 추가로 수습된 노동자 김모씨의 시신을 향해 매몰자 구조에 나선 구조대원들이 거수경례를 하는 모습입니다. 김씨는 사고 발생 후 약 1시간 20분 만에 구조물에 팔이 낀 채로 발견됐지만, 십여 차례 시도에도 구조에 실패했습니다. 김씨는 이튿날인 7일 오전 사망했습니다.
‘1:29:300’으로 표현되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1번의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29번의 경미한 사고와 300번의 징후들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징후와 경미한 사고들을 잊거나 무시하고 있습니다.
■ ‘논란의 중심’에 선 법무부 장관 (11월 11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고,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10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이 사태와 관련해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장관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법무부 관계자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에 “직접 지시한 바는 없다”고 했습니다. 일선 지검장, 지청장들이 연명으로 항소 포기를 지시한 노 대행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는 등 검찰 내 반발이 거세졌습니다.
1면 사진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항소 포기 결정의 경위를 직접 설명하는 장면입니다. 검찰 내 비판의 화살이 쏠린 노만석 총장 대행은 이날 출근하며 ‘법무부 장·차관으로부터 항소 포기하란 지시 받았느냐’란 취재진 질문에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사진회의에서는 정 장관과 노 대행의 출근 사진을 두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의논했습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두 사진을 붙여서 쓰면 ‘대립’ ‘갈등’이라는 의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정 장관 단독사진을 썼습니다.
■ 울산화력 보일러 타워 4·6호기 발파...매몰자 수색 재개 (11월 12일)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매몰자 수색과 구조에 방해가 됐던 보일러 타워 2기의 발파작업이 11일 완료됐습니다. 발파는 예정된 대로 이날 낮 12시 붕괴 사고가 난 보일러 타워 5호기 양옆에 있는 4호기와 6호기를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높이 63m의 타워가 순식간에 주저앉았습니다. 발파와 안전조치 후 타워 5호기 매몰자 4명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이 재개됐습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10시 14분쯤 5호기 잔해 속에서 60대 매몰자 1명의 시신을 추가로 수습했습니다.
1면 사진은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4호기와 6호기가 발파 해체되는 장면입니다. 한 장으로 보여줄 사진은 무너지기 전도 후도 아닌 ‘무너지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 앵글을 고려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발파 시간을 기다리며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고,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면서 현장을 지킨 사진기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몇 시간을 기다리고 셔터를 눌러 순간을 포착할 수 있는 시간은 ‘단 5초’였습니다. 그 찰나의 기록이 2025년 한국 노동 현장의 역사가 됩니다.
■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마지막 퇴근길 (11월 13일)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1심 선고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을 주도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지난 7일 검찰이 항소 포기 결정을 한 지 닷새 만입니다. 대검찰청은 이날 “노 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며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알렸습니다.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 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퇴한 지 4개월여 만에 노 대행마저 직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1면 사진을 노 총장 대행이 사의를 표명한 뒤 차를 타고 퇴근하는 모습입니다. 출근길에 침묵했던 그가 퇴근 무렵이 다 돼서 사의를 밝혔습니다. 사진은 노 대행의 마지막 퇴근이었습니다. 노 대행은 퇴근 뒤 집 앞에서 기다리던 경향신문 기자에게 “편한 마음”이라면서 “지난 4일이 넉달 같았고, 지난 4개월이 4년 같았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내홍과 상처만 남은 검찰은 ‘총장 대행의 대행체제’로 운영되게 됐습니다.
■ “드디어 끝났다” (11월 14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3일 전국 85개 시험지구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졌습니다. 이번 수능엔 전년보다 3만1504명(6.0%) 늘어난 총 55만4174명이 지원했습니다. 총응시자 수로는 2019학년도(59만4천924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습니다. 재학생 응시자는 출산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던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이 올해 고3으로 수능을 보면서 지난해보다 9.1%(3만1120명)나 급증했습니다. 이번 수능은 국어·수학·영어영역에서 변별력 문항의 난도가 높아 지난해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1면 사진은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고사장을 나서는 모습입니다. 대장동 항소 포기, 고리 원전 2호기 연장, 전태일 열사 55주기 등 주요 이슈 사진들이 마감됐지만, 수능 날은 예외 없이 수능이 1면 사진이 됩니다. 입사 후 스물다섯 차례 수능 취재를 하거나 후배들의 취재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문득 수험생 학부모들이 철제 교문에 엿을 붙이던 때가 언제였나 싶습니다. 수능 취재는 예전에 비해 차분해지는 것 같고, 더 고달파진 것 같은 아이들의 카메라 앞 ‘해방(?)의 환호’는 더 커진 듯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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