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떡상한다"는 PCI Express 5.0 SSD를 아시나요?

2025-02-22

"저기... 제가 이세계에서 와서 그런데 혹시 지금 시대가 무슨 시대입니까? "

"우리는 지금 PCI Express 5.0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PC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가 PCI Express다. PCI Express는 그래픽카드를 비롯한 다양한 확장 부품들을 PC 메인보드에 물리적으로 연결시키는 하드웨어 규격(큰 범주에서)이자, 동시에 CPU와 빠른 속도로 통신할 수 있도록 돕는 고속 데이터 전송 표준이다. 2004년에 첫 제품을 선보였고 지금까지도 계속 진화 중이다.

현재 실존하는 것 중에 가장 최신의 것은 2023년에 첫 소비자용 시제품이 등장한 PCI Express 5.0 (이하 PCIe 5.0)으로, 이를 가장 발 빠르게 적용한 부품은 SSD이다. 그런데 2023년 이후 햇수로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PCIe 5.0 SSD의 보급률은 아주 저조하다. PCIe 5.0 SSD의 가격이 비싸다는는 것, 그리고 아직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미했던 PCIe 5.0 SSD의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왜 늘어나게 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알아보자.

어느덧 PCI Express 5.0?

PCI Express 3~5 까지 세대별 스펙 차이 표.

PCIe 1세대에서 5세대까지 각 세대별 차이점은 '데이터 전송 속도의 차이'다. 위 표를 보면 세대가 하나 올라갈 때마다 전송 속도가 기존의 2배로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PCIe 1세대와 5세대는 전송 속도 차이가 16배에 달한다.

대부분의 소비자용 단일 SSD가 채택하는 M.2 NVMe(PCIe x4)인터페이스는 입출력 합산 총 데이터 전송률이 PCIe 3.0 기준으로 8GB/s으로, 실제로 우리가 체감하게 되는 단방향 데이터 전송 대역폭은 최대 3.938GB/s다. 그래서 고사양 PCIe 3.0 SSD들의 순차 읽기/쓰기 속도는 대략 3,500MB/s 전후로 나온다.

그 다음 세대인 PCIe 4.0은 3.0에서 두 배 곱하면 되는데, 총 데이터 전송률은 16GB/s, 단방향 데이터 전송 대역폭은 최대 7.877GB/s다. PCIe 4.0 SSD 중에서 고사양 제품들의 순차 읽기/쓰기 속도도 대략 7,000MB/s 전후인 이유다.

반면 PCIe 5.0은 대역폭이 무려 15.754GB/s다. 이 때문에 이론상 10GB가 넘는 대용량 파일을 1초 이내에 전송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우리가 주로 쓰는 SSD 제품들은 PCIe 3.0과 4.0에 해당한다. 2025년 기준으로는 PCIe 4.0이 대세로 자리 잡아 제품의 수도 가장 많고, 가성비도 가장 좋은 편이다. PCIe 5.0 지원 SSD들은 2023년부터 출시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소수이며 판매가 거의 안 되는 형편이다.

빠르고 강력한 PCI Express 5.0 SSD

왜 인기가 없었을까?

25년 2월 21일 기준 M.2 NVMe SSD 인기 순위. 아직 애석하게도 PCle 5.0 SSD는 찾아볼 수 없다.

비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2023년과 2024년 상반기까지는 지금보다 더 많이 비쌌었다. 아무리 전송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가격이 엄청 비싸면 사람들이 섣불리 구매할 엄두가 안 나는 법. 1TB 용량 기준으로 3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은 소비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특히 PCIe 5.0 SSD가 처음 등장했던 2023년에는 지금보다 SSD 가격이 더 저렴했어서 PCIe 3.0 및 4.0 SSD는 1TB에 10만 원이면 어지간히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거의 3배나 비싼 PCIe 5.0 SSD에 관심을 두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2023년 등 당시에는 필요성을 못 느꼈다. PCIe 5.0 SSD는 순차 읽기/쓰기 속도가 초당 10GB 이상인 괴물 같은 성능이지만, 당시 일반 소비자들에게 이런 순차 읽기/쓰기 성능은 딱히 와닿지 않았다.

4K, 8K로 촬영된 초고해상도 영상 원본 파일을 옮기는 작업을 제외하면 일반인 기준에서는 PCIe 5.0 SSD의 강력한 순차 읽기/쓰기 속도를 만끽할 만한 작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제외하면 비싼 값을 치르고 PCIe 5.0 SSD를 사야하는 이유를 못 느낀 것이다.

▲ AMD의 소켓 AM5는 AMD 라이젠 7000 시리즈 프로세서와 함께 Computex 2022에서 발표되었다.

또한, 전용 플랫폼이 필요했다. 지금은 인텔/AMD 두 플랫폼이 모두 PCIe 5.0을 지원하지만 당시에는 AMD의 신규 AM5 플랫폼(CPU+메인보드)에서만 PCIe 5.0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텔 사용자들은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었으며, AMD 사용자들조차도 AM5 메인보드와 라이젠 7000 시리즈 프로세서로 완전히 새롭게 조합한 '신상' 사용자들만이 PCIe 5.0 SSD를 쓸 수 있었다. 한 마디로 구형 시스템에서는 쓰고 싶어도 못 썼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겪으로 당시 AMD의 AM5 메인보드와 라이젠 7000 시리즈 프로세서는 둘 다 가격이 매우 비싸서 안 팔리는 시기였다. PCIe 5.0 SSD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PCIe 5.0 SSD는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제품이었다.

앞으로(올해)는 어떻게 될까?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한결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위에서 나열된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우선 PC를 새로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AMD의 AM5와 인텔의 LGA1700(700시리즈 칩셋), LGA1851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PCIe 5.0 SSD를 사용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콧대 높은지 모르고 솟았던 몸값도 많이 겸손해졌다. 출시 초반에 1TB에 30만 원에 육박하던 제품들이 최근에는 1TB에 20만 원 전후로 자리잡은 상태이다. -30% 이상 저렴해진 것. 일부 브랜드는 1TB에 16~17만 원대로 PCIe 5.0 SSD를 판매하는 중이다. PCIe 4.0 SSD 중에서 고사양 제품과 거의 비슷한 가격이거나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으로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올해는 그동안 일반 소비자용 PCIe 5.0 SSD를 내놓지 않던 SSD 대장 브랜드들도 PCIe 5.0 SSD 시장에 참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SK하이닉스이다. 지난해 말에 자체 컨트롤러인 SK하이닉스 Alistar를 탑재한 SK하이닉스 Platinum P51(288,000)을 출시, 가격은 다나와 최저가 28만 원대로 요즘 PCIe 5.0 SSD 중에서 비싼 편이지만 하이엔드급 전송 속도와 저전력 저발열을 무기로 소비자들의 지갑을 위협하고 있다.

PM1743의 연속읽기 속도는 최대 14,000MB/s이며,

이전 세대인 PCle 4.0 기반 제품 대비 최대 약 2배 빠른 속도를 지원한다.

전통의 강호 삼성전자도 연내 PCIe 5.0 SSD를 내놓을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겨울 5nm 기반 신형 PCIe 5.0 컨트롤러를 탑재한 서버용 SSD PM1743을 공개했으며, 이 제품을 올해 1분기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머지 않아 소비자용 PCIe 5.0 SSD도 삼성전자 990(가칭) 등의 이름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컨트롤러 제조 공정이 5nm 미세 공정 기반인 만큼 전력 효율이나 성능 유지력에서 더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 (출처: wccftech)

다른 브랜드들도 전력 효율을 더 개선하고 가격도 저렴한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2023~2024년 사이에 출시한 대부분의 PCIe 5.0 SSD는 파이슨의 E26 컨트롤러를 사용했다. E26의 경우 디램 캐시를 포함한 하이퍼포먼스 SSD를 위한 고급형 컨트롤러였기에 E26을 탑재한 제품들은 저렴한 가격에 나오기가(팔기가) 어려웠었다.

하지만 지난해 컴퓨텍스에서 파이슨이 공개한 보급형 PCIe 5.0 SSD 컨트롤러 'E31T'를 사용하면 지금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의 PCIe 5.0 SSD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31T 컨트롤러는 디램리스 PCIe 5.0 SSD를 타겟으로 하며, 최대 10GB/s 가량의 전송 속도와 저전력 저발열을 목표로 한다. 현재 유출된 루머에 따르면 캐시 메모리는 없지만 4K 랜덤 읽기/쓰기 성능이 고급 제품에게 밀리지 않는 우수한 성능이라고 한다.

PCI Express 5.0 SSD는 누가 쓰면 좋을까?

▲ 다양한 환경에서 PCIe 5.0 SSD의 빠른 속도를 체감할 수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면 PCIe 5.0 SSD를 구비할 가치가 있다. 점점 고해상도, 고용량화 하는 사진과 영상 원본 촬영 소스를 메모리 카드에서 PC로 옮길 때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콘텐츠를 편집 후 디스크에 저장하는 속도도 더 빨라진다. 그동안 작업한 작업물을 디스크 단위로 백업할 때도 훨씬 빠르게 끝낼 수 있으므로 작업 효율이 향상되고 빠른 대응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남들보다 더 유리해질 것이다.

게이머들은 PCIe 5.0 SSD를 사용함으로서 게임 로딩 시간 단축과 실시간 월드(맵, 오브젝트) 로딩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오픈 월드 게임에서 빠른 속도로 이동하다 보면 주변 월드 맵과 오브젝트의 로딩이 순간적으로 밀리면서 버벅거릴 수 있는데, 고사양의 SSD를 사용하면 같은 상황에서 버벅임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멀티 플레이 게임에서 다른 유저보다 먼저 로딩을 끝내고 월드에 진입하는 것도 많은 이점이다.

(출처: GRL)

PCIe 5.0 SSD는 AI 분야에도 도움이 된다. AI 엔진을 실행하거나 또는 AI 모델 학습, 업데이트를 위해 대규모 로우 데이터를 읽을 때 고사양 SSD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AI는 먼 미래의 이야기라거나 전문적인 기관/기업의 이야기로 여겨지기 쉽지만, 사실 AI는 벌써 개인 컴퓨터까지 밀고 들어왔다. 대규모 언어 모델 기반 AI 엔진인 '딥시크'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개인화 AI 비서인 '코파일럿'이 이미 많은 사람들의 PC에 깔려 있다는 것을 떠올려 보자.

향후 딥시크와 코파일럿뿐만 아니라 개인 컴퓨터에 온디바이스 형태로 다양한 AI 모델을 설치하고 실행하는 것이 일상화되면 PCI Express 5.0 SSD 같은 고성능 저장장치의 필요성도 함께 늘어나지 않을까?

기획, 편집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글 / 김진우 news@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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