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낮아도 이미 돈은 벌었다…‘어쩔수가 없다’ 행복한 개봉

2025-10-14

미디어 프런티어: K를 넘어서

※구글 노트북LM으로 생성한 팟캐스트입니다.

영화는 문화 이전에 산업이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파리 그랑 카페에서 대중에게 돈을 받고 영화를 상영했던 순간부터, 영화는 예술적 성취 이전에 ‘돈을 벌지 못하면 지속할 수 없는 비즈니스’라는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문화는 결코 산업으로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대 한국 영화시장은 이 근본적인 산업의 원칙 앞에서 위태위태하다. 제작비는 늘어났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 회복은 더뎠다. 과거에는 달성 가능했던 ‘국내 관객 300만 명 이상’이라는 손익분기점(BEP) 기준은 이제 현실적으로 버거운 목표가 되었고, 흥행 실패작이 늘어나면서 투자사의 영화 투자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고착되었다.

이 구조적 위기 속에서 한국 영화계는 기존과는 다른 모델을 찾아야 했다. 한쪽에는 바이럴 마케팅을 최적화시킨 바이포엠 스튜디오식 모델이 등장했고, 또 한쪽에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연상호의 ‘얼굴’이 보여준 초저예산 영화라는 옵션이 등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개봉을 한참 앞두고 해외 선판매만으로 순제작비(약 170억원) 전액을 회수하며 BEP를 조기 달성했다는 소식은 영화판에 있는 이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이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가 압도적인 해외 수익을 통해 제작비 리스크를 보전받듯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 영화가 글로벌 수익 카드로 제작비를 선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투자사와 제작사는 가슴 졸이면서 국내 흥행 실적을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물론 박찬욱의 힘이다. 안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누군가가 길을 내면 그 뒤를 따르는 이는 분명 등장하곤 했으니, 그 이정표만으로도 충분하다.

‘아가씨’(2016)부터 조짐은 있었다. ‘아가씨’는 당시 한국 영화 역대 최다인 176개국에 선판매되었으며, 이는 판매 국가 수와 라이선스 총액 면에서 모두 국내 최고 수준의 기록이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대형 플랫폼인 아마존 스튜디오와 직접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

‘아가씨’의 해외 선판매 금액은 당시 한국 영화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박찬욱 감독의 IP가 국내시장을 넘어 수백만 달러 규모의 리스크를 보전할 수 있는 가치를 지녔음을 최초로 증명했다.

특히 이 계약은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발표(당시 4월) 직후, 영화 개봉(6월) 전에 이루어져, ‘최고 권위 영화제 초청작’이라는 잠재적 가치가 계약 규모와 속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바이어들이 개봉 전에 높은 금액을 지불하게 만든 핵심 근거다. 이후 영국 아카데미(BAFTA) 외국어영화상 수상 등 권위 있는 상들이 이 초기 투자의 성공을 최종적으로 확증했다.

2022년 개봉한 ‘헤어질 결심’은 국내 극장가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이 영화는 순제작비 113억원, 총제작비 약 135억원이 투입되었으나, 개봉 초반 ‘탑건: 매버릭’과 ‘토르: 러브 앤 썬더’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거센 공세에 밀려 스크린 점유율과 관객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 흥행의 기대치 자체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 영화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복잡한 멜로·수사극 서사는 일부 관객들에게 “속도가 느리다” “기대했던 스릴러가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비록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개봉 직전에 이루어진 탓에 선판매 레버리지로 크게 활용되진 못했다. 막바지 선판매 협상에는 긍정적이었지만, 이미 국내외 배급 권리 계약이 상당 부분 진행된 후였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익률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헤어질 결심’이 직전 작품인 ‘아가씨’를 능가했다. 전 세계 193개국에 선판매된 수익 덕분에 300만 관객을 동원하지 않고 120만 명의 관객만 동원해도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특히, 북미와 영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대형 플랫폼 대신 독립/예술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인 MUBI가 배급 및 스트리밍 권리를 확보했는데, MUBI가 박찬욱 감독의 작품성에 걸맞은 높은 금액을 선지급하며 해외 수익의 질적 프리미엄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투자사와 제작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국내 흥행 성적에 덜 가슴 졸여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은 국내 흥행에 다소 부침이 있더라도, 해외 수익만으로 투자 리스크를 극도로 낮춘다”는 트랙 레코드를 시장에 각인시켰다.

‘어쩔수가없다’는 또 한번 도약했다. 국내시장의 혹평 리스크를 개봉 전에 완벽히 제거하는 수익 모델을 완성한 것이다. 순제작비 170억원이라는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개봉 전에 해외 선판매만으로 제작비 전액을 회수한 것이다. 박찬욱의 브랜드를 한 단계 끌어올린 글로벌 패키징의 완성이다.

이 성공에는 크게 두 가지 결정적 요인이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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