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문선 기자 =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후 유료 비디오(IPTV 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플랫폼에 공개되기까지 유예 기간인 '홀드백' 제도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임오경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영화 산업 관련 법률인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에 홀드백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홀드백은 영화 산업의 다른 이슈에 비해 논의 역사가 길지 않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급격히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다. 팬데믹 이전, 한국 영화 유통은 극장- 유료 VOD(IPTV)- OCN 등의 영화 채널- 방송사 특선 영화- OTT'의 단계를 따르는 것이 전통적인 관행이었다. 이 과정에서 극장은 사실상 기간 제한 없이 무제한 단독 상영을 누렸으며 홀드백 규정은 주로 유료 VOD와 OTT 사이에서만 적용돼 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넷플릭스가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계약을한 후, 팬데믹을 거치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극장을 찾는 관객이 급감하고 유료 VOD 시장 역시 활로를 잃었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당겨놓은 홀드백을 전체 유통 구조에 적용했다. 이후 개봉 한두 달 만에 OTT로 직행하는 영화가 늘면서 극장은 활기를 잃었고 전통적인 수익 구조도 무너졌다.
현재 한국은 극장과 OTT 사이에 정해진 홀드백은 없다. 또한 극장과 OTT 사이에 IPTV가 엄연히 존재하는 복잡한 유통 환경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 이 외에는 자급력 부족으로 한국 영화를 본격적으로 사는 회사가 없다. 이는 넷플릭스의 시장 독점 아래 싸게 파는 문제까지 겹쳐 배급사 협상력이 극도로 낮아졌다.
임오경 의원이 발의한 영비법 개정안은 극장, 통합 전산망 등과 함께 홀드백 관련 조항을 신설해 극장 상영 종료 후 다른 플랫폼 공개 시기를 최대 6개월 등으로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홀드백이란 영화 공개 후 일정 기간의 유예 기간을 두는 것이지 상영 종료 후를 기준으로 두는 것은 정확한 홀드백이 아니다.
실제로 영화인들은 "지금의 방식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OTT와 배급사가 직접 협상하기에는 배급사의 여력이 너무 낮기 때문에 법제화 등으로 누가 강제로 정해줬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협회(배급사 협회, 극장 협회 등)간 협의를 통해 홀드백을 조정한다. 팬데믹 이전에는 극장과 VOD 사이 홀드백이 통상 3개월이었으며, 이는 3개월간 극장이 단독 상영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팬데믹 이후에는 극장 상황 악화로 45일 정도로 단축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의 문체부와 영진위를 합친 것과 유사한 정부기관인 CNC에서 개별 사업자와 협상을 통해 홀드백을 행정적으로 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이렇다 할 협회 간 협의 문화와 정부의 행정적 규제가 없어, 큰 기업의 선도적 모델을 다른 업체가 따라가는 식으로 유통 질서가 형성돼 왔다.

이화배 배급사 연대 대표는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홀드백 법제화가 유통의 유연성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화배 대표는 "배급사가 어떻게 영화를 파느냐의 문제는 자기자신의 소관"이다라며 "홀드백을 누가 강제로 정하는 것은 아예 말이 안 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어 "(홀드백)을 법에 몇 개월 고정하면 법이 계속 수정돼야해 누더기가 된다"며 영화를 유통하는 판매 방식이므로 "한 두 편 이렇게 해봤더니 이쪽에 영향을 받는 거 같아 더 뒤로 보내야겠어 등의 결정을 배급사가 자율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홀드백 조정의 핵심 기준은 '가격 경쟁'이다. 현재 영화는 유료 VOD 플랫폼에서 1만1000원(신작), 7700원(중가), 5500원 순으로 가격이 떨어지며, 구독제 OTT는 통상 5500원 구간 진입 후 약 6주 만에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로 인해 유료 VOD 관람이 급감해 결국 '영화 콘텐츠가 VOD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OTT 공급 시점을 유료 VOD 가격이 충분히 떨어진 시점, 즉 VOD가 5500원 구간 판매를 모두 마친 후, 영화 한편 가격이 구독료와 경쟁할 수 있는 2750원 미만으로 떨어진 때로 조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제화보다는 배급사 연대와 유통 실무자들이 모여 시장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자율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극장이 가진 '무제한 단독 상영' 권한 역시 논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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