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 개편으로 연금계좌 내 세제혜택이 줄어들고 이중과세 논란까지 불거지자 퇴직연금 실물이전에 박차를 가하던 증권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세이연으로 배당금 재투자를 통한 복리효과가 사라진데다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내부 전산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이중과세 문제라도 빠르게 해결점을 찾아 퇴직연금 실물이전 머니무브 추세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을 운영하는 주요 증권사들은 해외 펀드에 대한 외국납부세액 공제 방식이 변경된 이후 연일 비상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1월부터 해외 상장지수펀드(ETF)의 배당에 대한 세액공제 방식이 바뀌면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연금계좌 판매사인 증권사들이 이를 반영한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과세이연에 따른 복리효과를 앞세워 연금 가입자를 늘려왔는데 해당 혜택이 사라지면서 가입자 증가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국외 자산에 투자해 얻은 배당에 대해 외국에서 배당소득세를 먼저 떼면 국세청이 이를 환급해준 뒤 투자자에게 이익을 배분할 때 국내세율을 적용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국세청 환급 절차가 사라지고 국내 세율 적용시 외국납부세액을 뺀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즉, 해외에 내는 배당소득세와 별개로 연금을 수령할 때 수익에 대해 연금소득세를 또 한 번 내는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해외에 원천징수되는 배당소득세는 그대로 두되 연금소득세를 환급해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지만, 세법 개정 등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판매사인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는 해당 내용을 반영해 투자자에게 배분해줘야 한다. 문제는 이중과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이를 반영한 전산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연금 가입자가 중도에 연금 계좌를 다른 금융사로 갈아탄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그간 보유하고 있던 계좌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갈아타는 금융사로 이전해야 하는데 금융사마다 전산 시스템 운영 방식이 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달려있는 것도 아니고 연금계좌 내 여러개의 운용 펀드를 해외납부세액을 완납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눠 일일이 관리하고 있다가 연금 수령시 이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전산 구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퇴직연금 실물이전까지 하는 계좌라면 수많은 경우의 수를 어떻게 고려해야 할 지 난감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가장 큰 우려는 과세 이연에 따른 복리효과가 사라지면서 연금 가입에 대한 니즈가 급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 재투자에 따른 과세이연이 장기투자상품인 연금에서는 매우 큰 세제 혜택이었는데 이게 사라지면서 투자자들 불만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연금을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시키자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도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