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판매액지수 10분기 연속 하락세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 또 내릴 듯
"카드사 본업 접으란 얘기" 볼멘소리
대통령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카드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치권이 연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까지 겹치면 카드사들은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회복 흐름을 나타냈던 신용카드 사용액은 이번달 들어 증가세가 주춤해졌다.
연말 성수기임에도 불경기가 이어지며 가뜩이나 소비 침체와 내수 부진이 지속되던 와중,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이 이를 더욱 심화시킨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 나아가 비상계엄 여파로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가 한국을 '여행 위험 국가' 로 분류하며 외국인들의 국내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이 가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으나 각종 금융정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물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둔화되고 있어 카드사들은 비상이 걸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6(2020년=100)으로 전년 동기 보다 1.9% 낮아졌다. 2022년 2분기 이후 10분기째 하락세다. 소매판매액지수는 민간소비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꼽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 하락과 가계 가처분소득 확대, 기저효과 등에 따라 소폭이나마 회복 전환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면서도 "고용 환경 악화와 자산시장 불안정 등이 소비 회복세를 제한할 가능성이 큰 만큼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카드사들의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또 다시 인하로 가닥이 잡힌 모습이다. 적격비용은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 ▲대손비용 ▲일반관리비용 ▲부가통신사업자사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결제 원가를 의미한다.
금융위는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한 뒤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을 조정한다. 실제로 영세가맹점에 적용하는 우대 수수료율도 2012년 이후 8차례 넘게 적용 대상이 확대돼 현재는 전체 가맹점의 96%가 적용받고 있다.
매 주기마다 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은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역마진이 발생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 사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 4.5%에서 0.5~1.5%로 추락했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 인하 기정사실화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지금도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로 신용판매 측면에서 수익을 못 내고 있다"라며 "이 상황에서 인하된다면 카드사들은 본업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생산자 물가가 상승됨에 따라 소비자 가격 또한 상승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카드 사용액 또한 줄어들고 있어 카드사들의 매출이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와중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사실상 카드사들이 카드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