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과 4학년이 되었고 어느덧 치과의사가 되기까지 국가고시 한걸음만을 남겨두고 있다. 병원 전공의 선생님들과 현직에서 어려운 케이스를 해내고, 발표하는 여러 선배님을 보고 있자면, 머지않을 미래가 가까운 듯 먼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당장 현장에 나가기 일보 직전인 이 시기에, 지금까지의 본과 생활을 되짚어보며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앞으로 무엇을 원하게 될지 그려볼 필요성을 느낀다. 우리는 각자 어떤 치과의사가 되기를 원하고,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전국 11개 치과대학 모두 비슷할 텐데, 1학년 때는 주로 생리/조직 등 생명현상 기초에 대한 이론 수업에, 2학년 때는 임상 과목 진입과 함께 방대한 ‘전임상 실습’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3학년 때 비로소 원내생이 되어 병원 안에서 실제 환자를 마주하며 ‘임상 실습’을 시작하게 되는데, 동시에 수업 또한 더 많은 임상 과목으로 확장하여 대부분의 치과 전공에 대해 공부한다. 졸업을 위해 요구되는 임상 케이스도 과별로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해 나가다 보면 치과의사가 되기까지 1년이 채 남지 않는다. 어느 학교건 치과대학생들은 4년 동안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을 소화하기에도 벅차다. 개인의 직업, 각자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 고민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해 보인다. 나 역시 지금껏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으니, 미래에 대한 고민과 자기 성찰을 위한 시간은 당연히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국가고시 준비를 위해 타 학년에 비해 비교적 개인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있는 요즘, 뒤를 돌아보니 많은 것이 차근차근 정리되는 느낌을 받는다.
모두 각자의 답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이곳에서의 실습과 공부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최우선 계발할 능력으로 삼기로 정했다. 현대의 의사-환자 관계에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나의 결단과 술기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것은 항상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임상 실습에 참여했던 초반에는 진료지에서 수행되는 술기 ‘방식’에 관심이 갔다면, 점차 술기의 ‘목적’, 더 나아가 ‘이 환자에게 왜 해당 진료가 필요한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학생 치과의사로서 진료를 수행하기 전에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환자의 초진 당시의 주소, 증상, 징후를 바탕으로 세운 치료 옵션에 대해 서로 논해보는 시간도 가졌던 것이, 내가 희망하는 치과의사상을 나도 모르게 실습 현장에서 형성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
미래의 나에게 거는 기대, 더 가능하다면 전문직으로서 사회로부터 받게 될 기대에 대해 생각하며 공부해보면 어떨까? 본과생인 우리는 모두 입학 후 굉장히 많이 외우고, 공부하고, 실습을 통해 몸으로 구르며 익히면서 여러 관문을 넘었다. 머리로, 몸으로 힘들여 경험한 시간들이기에 그 순간들의 고됨에 비례해서 우리를 많이 변화시켰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각자가 만들어 온,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기대를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되었다. 우리가 버티고 힘써온 지난 4년간의 본과 생활을 통해 내년부터 치과의사로서 만들고 실현하고자 하는 소명, 현장에서 다하고자 하는 노력을 각자 되새겨보면 좋겠다. 앞으로 남아있는 국가고시 과정평가와 필기시험을 나와 모든 동기 치과대학생이 잘 마치기를 진심으로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