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마친 현대제철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현금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 내 제철소를 짓기 위한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에서 사업 개편은 물론 인력 조정까지 전방위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단조 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자회사 현대아이에프씨(IFC)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 회사로는 동국제강이 우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회사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다각도로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아이에프씨는 2020년 현대제철이 단조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설립한 자회사다. 당시 자본금 50억원, 자산 5218억원, 부채 2478억원 규모로 출범했다. 2019년 실적 악화를 겪은 현대제철이 단조사업 부문을 떼어내면서 사업 전문성을 키우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아이에프씨 분할을 결정했다.
현대제철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미국 현지 내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이를 위한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현대아이에프씨 등 주요 자회사 매각이 주요 자금 조달 방안으로 채택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움직임에 현대제철 강관 사업 부문 자회사인 '현대스틸파이프(현스파)'의 매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이 회사는 작년 초 현대제철이 에너지 시장 확장을 위해 강관사업부를 분리함으로서 새롭게 출범한 회사다.
사실상 현스파의 매각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작년 10월 현대제철은 삼일PwC 경쟁력 강화 진단 결과에 따라 현스파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진 것이 없으나, 최근 현대제철의 사업 정비 기조를 감안할 때 향후 현스파도 매각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대아이에프씨에 이어 현스파까지 매각하게 되면 현대제철은 강관사업과 단조사업 모두 축소·정리하게 되는 셈이다. 국내에서 몸집 줄이기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현금 창출을 통해 해외 시장 영역을 넓히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인천공장과 포항공장 등도 구조조정 일환으로 정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달 초 인천공장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한달간 철근 생산 라인을 전면 가동하기로 했으며, 포항공장은 작년 11월 가동을 중단한 후, 현재는 제강 설비 일부만 운영하며 생산이 축소된 상태다.
현대제철이 미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던 만큼, 저수익 중심의 사업 매각과 인력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에 업계는 관심을 두고 있다.
다만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아이에프씨의 경우 오래전부터 매각을 검토해온 사안이라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투자금 확보와 관련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속해서 여러 방안을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