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우소나루 재판 중단” 전방위 압박
보우소나루 아들, 美에 ‘브라질 제재’ 요청
브라질 법원, 9월 2일 내란 사건 심리 개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구명 운동을 본격화하면서 브라질 현 정부에 대한 압박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약 20일 뒤 내란 혐의로 기소된 보우소나루의 재판이 본격화하면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의 아들이자 브라질 하원의원인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루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지난 수요일(13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아버지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재판에 관여 중인 브라질 공직자들을 겨냥한 미 행정부의 제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13일이 원래 미국·브라질 양국의 재무장관 회담이 예정된 날이란 점이다. 트럼프가 “보우소나루 재판을 중단하라”며 브라질에 무려 50%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바로 이를 논의할 목적의 회동이었다. 그런데 만남을 겨우 이틀 앞둔 지난 11일 페르난두 하다드 브라질 재무장관은 “미국 측이 특별한 이유 없이 회담을 취소했으며, 추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다드 장관이 ‘바람’을 맞은 것은 결국 베선트 장관이 그 대신 보우소나루의 아들을 만났기 때인 것으로 판명난 셈이다. 트럼프가 그렇게 하라고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대법원이 오는 9월2일부터 보우소나루의 내란 혐의에 대한 심리를 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보우소나루의 신병을 구속할 지 여부부터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보우소나루는 법원의 명령으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가택연금 상태에서 지내는 중이다. 법원은 그가 지지자들을 선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휴대전화 및 SNS 이용도 금지했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2022년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듬해인 2023년 1월 룰라가 새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이 브라질리아의 연방정부 청사를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브라질 검찰은 난동의 배후에 보우소나루가 있다고 의심해 그를 내란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자 보우소나우와 절친한 트럼프가 “보우소나루에 대한 모든 수사와 재판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구명 운동에 나섰다. 브라질을 겨냥한 무려 50%의 고율 관세는 트럼프가 꺼내든 압박 수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룰라는 “부당한 내정 간섭”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맞서는 중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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